우리나라 일부 언론들은 이런 기사를 쏟아내기 바빴다.
"동시다발 한미동맹 균열감지"
"한미 간 갈등 봉합 차원 서훈 방미"
"한미동맹을 흔드는 주미대사의 궤변"
"SCM 성명, 주한미군 유지 문구 제외…동맹 균열 신호"
그런데 한 달 뒤인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은 한미동맹과 관련된 결의안 두 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①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한미동맹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대한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동북아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축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②는 "한미 파트너십은 동북아 지역안보와 번영의 초석이 되고 있다", "친밀한 우정의 전형이다...(중략)... 향후 70년도 두 위대한 나라와 국민 사이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기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35명의 미국 국회의원들이 한국 언론의 보도를 믿지 않고 있거나, 한국언론이 있지도 않은 동맹 균열을 만들어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 맞을까?
70년간 동맹관계를 맺어온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혈맹' 또는 '철의 동맹'(Iron clad)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뚫렸다'고 본 것이다.
근거는 이수혁 주미대사의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취지의 잇단 발언, 한미안보협의회 성명의 일부 문구(주한미군 유지) 누락, 잇따른 우리 고위 관료들의 연쇄 미국방문 등이다.
적어도 미국 언론은 그렇게 해석하지 않고 있다. 한국언론이 작렬시킨 것과 비슷한 기사는 미국에선 찾아 볼 수 없다.
그런 기류가 있었다면 미국 하원도 이번에 결의안 2개를 통과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 미국 하원 내부 분위기가 그렇다.
결의안 통과 즈음 워싱턴DC를 방문한 민주당 한반도TF 대표단은 '이수혁 대사의 지난달 발언에 대한 미국 의원들의 반응이 있었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대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 여론 자체가 한미동맹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다.
대다수의 미국인들(77%)은 한국 같은 전통적인 동맹국들과의 강한 관계를 더 구축하기를 원한다는 조사도 지난달 나왔었다.(CCGA 10월 19일 발표)
이 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60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조사기관측(CCGA)은 "한국과의 방위 및 무역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위협과 괴롭힘 전술이 한국과의 동맹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를 누그러뜨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주석까지 내놨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한미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도 사실이 아닌 것이다.
①번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토마스 수오지 의원(민주당)은 19일(현지시간) 미 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의안 통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전 세계가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가 무엇일지 지켜보는 와중에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한미관계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유대는 우리가 영원히 보존할 것이고, 이 결의안은 이를 보여준다."
이제 실체 없는 한미동맹 균열 보도는 사라져야한다.
'한국정부가 미국의 심기를 거슬려서 미국이 단단히 화가 나 있는 것 같다'는 자학적 망상은 사라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