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인 당사자인 미성년자 아들을 대신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를 찾은 이씨의 전 부인 A씨는 "저는 북한 해역에서 사살당한 공무원의 18살 아들과 8살 딸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앞으로 아이들이 이 험난한 세월을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이 자리에 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통해 "민감한 개인신상에 대한 수사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 명예살인을 자행했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이 도박하는 정신공황 상태의 아빠를 둔 자녀라고 낙인되어 제 자식들의 미래를 짓밟아 놓았다"고 말했다.
진상 규명과 큰 관련이 없는 고인의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자녀들이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눈물을 흘리는 등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씨는 "해경의 지나친 사생활 발표가 아이들한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한 번쯤 생각을 해보셨을까"라며 "위령제 다음날 해경에서 아버지를 근거없이 정신적 공황상태라고 발표하면서 아들은 심한 스트레스로 조퇴해 집에 오게 되었고, '아빠를 따라가고 싶다'며 한동안 울기만 하는 아들을 끌어안고 같이 울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진정 대상은 신 의원과 김홍희 해경청장,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해경 형사과장으로 파악됐다.
앞서 신 의원은 지난 9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씨가) 북측에 월북의사를 표명한 정황,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표류예측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실종자가 자진월북한 것으로 판단해 발표한 것인 만큼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월북은 반(反)국가 중대범죄이기 때문에 월경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막고 그래도 계속 감행할 경우는 사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유족은 이를 두고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지도자인 국회의원이 '월북을 감행할 경우 사살하기도 한다'는 취지로 글을 게시해 고인 자녀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정신적 가해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해경 지휘부에 대해선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가 초동수사자료를 요청하는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수사 중이란 이유로 이를 비공개한 점, 지난달 22일 수사과정에서 파악한 고인의 도박 송금기간과 횟수, 금액 등 사생활 관련자료를 공개한 점 등을 진정 사유로 들었다.
유족은 "고인의 정신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면서 정신적 공황상태라고 발표한 점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인 인격권을 침해하고, 도박에 관한 금융거래내역 등을 발표한 점은 헌법에서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