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영아 학대', 책임져라"…경찰에 항의서한 전달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양천경찰서에 항의서한 전달
"세 번째 신고라도 철저히 조사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피해아동 위탁모 "속상하고 가슴 아파…양부모 모두 강한 처벌 받아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16일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16개월 영아를 입양한 뒤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 사건을 '부실 수사'한 의혹을 받는 경찰 등 관련 기관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박하얀 기자)
올초 입양됐다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를 살릴 기회가 최소 3차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하며 부모에 대한 강경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16일 오후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일한 태도로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경찰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항의 서한에서 "만일 세 번째 신고라도 철저히 조사했다면 어쩌면 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경찰서의 안일한 대응으로 16개월 입양아는 귀한 생명을 잃고 말았다"며 "최일선에서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경찰들이 아동학대에 대한 낮은 인식과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20여명은 '입양모를 살인죄로 처벌하라', '입양부를 방임학대로 처벌하라', '양천서 살인방조 경찰파면', '양천서 학대예방교육 제대로 좀! 양천서는 아이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경찰서 앞에 모였다. 아이와 함께 온 이도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입양 전, A양을 맡아 키웠던 위탁가정 어머니 B씨도 이날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B씨는 "처벌이 너무 약하고 대응도 약해서 정말 속상하고 가슴 아프다"며 "양부, 양모 둘다 똑같이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부모가 언론 등을 통해 밝힌 입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B씨는 "(인터뷰에서) 양부가 아이 다리가 오다리여서 마사지했다고 하는데 (A양은) 오다리가 아니었다"며 "발목과 손목에 몽고반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진하지도 까맣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벌이 강화돼서 확실히 처벌받고 이후에 이런 아기들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끝맺었다.

영아는 지난달 13일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병원에 실려올 당시 아이는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있었으며, 병원 관계자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영아를 정밀부검한 결과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 사인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경찰은 양모에게 아동학대 치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지난 11일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부에게는 현재 방임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단체는 아이의 학대 피해와 죽음을 막지 못한 데에는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입양기관 등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월 25일, 6월 29일, 9월 23일 세 차례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다. 아이의 몸에 상흔, 멍자국 등 '학대 신호'가 보였지만, 이들은 부모의 말만 듣고 아이와 부모를 분리하지 않았다.

(사진=자료사진)
입양기관도 사전 위탁제도인 임시인도 제도 등을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대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라고 밝힌 배모씨는 "아이가 살해됐다면 가해자·피해자가 분명해 상호 시비를 가려 소송이라도 하겠지만, 본 사건은 피해자를 위해 싸워야 할 보호자가 가해자이고 경찰과 관련 기관들이 과실이 있는 관계로 모든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할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관리자들에게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엄중한 사건 발생 시점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며 수사를 진행해 과실이 매우 과중하다고 하겠다.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전문 경찰관들의 자격 관련 교육이 시행되는지 의심된다"며 "(입양기관 등은) 상품을 판매하고 어떻게든 반품을 막아보려고 하는 부적절한 기업의 부당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위탁가정 어머니 C씨는 "주변 사람들도 알 것 아니냐. (양부모가) 같이 살았는데, 어떻게 양모만 학대를 했겠는가. 같이 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위탁모 D씨는 "위탁모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분노와 상실감을 느낀다"며 "사회적 시스템의 안일한 대처와 결여로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했다.

항의서한을 읽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양천경찰서장 이화섭 총경을 향해서는 "아동학대는 범죄입니까. 아닙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른 범죄사건도 용의자의 변명만 듣고 피해자에 대한 조사나 주변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하십니까? 양천경찰서는 아동학대 담당 경찰들에게 아동 발달 단계, 피해 아동 특징,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교육을 얼마나 시키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단체는 "국민들이 아무리 아동학대 신고를 해도 정작 신고받은 경찰이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신고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짚었다.

그러면서 △직무유기와 아동학대 방조를 한 경찰관에 대한 엄중한 문책 △양천서 경찰들에게 아동학대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 △피고인 입양모에게 살인 혐의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할 것 △입양부도 공범이나 방임으로 철저히 수사해 처벌받게 할 것 등을 경찰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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