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교육 안 노동교육은 멀기만 하다

(사진=자료사진)
2011년 광주의 자동차 공장에서, 2012년 울산의 신항만 건설현장 작업선에서, 2014년 1월 육가공 공장과 2월 자동차 협력회사에서, 2016년 2월 서울지하철 구의역과 5월 외식업체에서, 2017년 1월 통신사 협력 콜센터와 11월 제주 음료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학교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학생과 졸업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특성화고의 교육과정에 의해 실습을 나갔던 학생들이고, 졸업 후에는 현장실습을 나갔던 업체에 고용되어 일하던 노동자였습니다. 아니 학생이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학생인지 노동자인지…. 학교에서는 '현장실습'이라고 쓰고, '취업'이라고 부릅니다. 그들은 현장실습을 나갈 때 다시는 학교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학생들만이 아닙니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2019년 산재 사망자는 2020명이고, 산업재해자 수는 10만9242명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 자체가 산재공화국입니다. 노동자의 죽음에 마음 아파하지 않는 사회, 그것이 우리 사회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저는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합니다. 평생 단 한 번도 노동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법을 만들고, 판결하고, 기사를 작성·보도하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일을 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송곳은 있는 법. 아이들이 아르바이트와 현장실습에서 부당한 노동행위를 당하는 것을 지켜보던 선생님들 중 일부는 노동교육을 하기 시작했고, 현장실습생의 사망 사건에 학교에서도 더는 노동인권 교육을 미룰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최근 학교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이 조금씩 확대된 것이 사실입니다. 적어도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에 2~3시간씩이라도 교육을 하고 있으며, 현장실습을 나가야 하는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에게는 사이버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시도에서는 노동인권 교육 조례를 제정하고, 학습자료를 개발하는 등 노동인권 교육에 관심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입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노동인권 교육은 특성화고에서 멈춰서 있고, 그나마도 시수가 너무 적어 제대로 된 노동인권 교육을 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합니다.

일반고 학생들도 사회에 진출하면 대부분 노동자가 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노동인권 교육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또한 중학교와 초등학교로까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도 전태일의 어린 시다들은 평화시장이 아니라 학교로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들(청소년)의 노동 덕분에 편의점과 식당을 저렴하게 이용하고, 뷔페식당을 찾고 있습니다.

또한 집에서 편하게 치킨과 피자를 배달받아 먹고 있고, 그들이 현장실습을 나가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해주는 덕분에 좀 더 저렴하게 전자제품과 각종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50여 년 전 우리가 어린 시다들이 얼마나 힘든 노동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듯, 지금의 우리도 그들의 노동을 잘 알지 못합니다. 아니 애써 알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전태일은 한자투성이로 쓰인 근로기준법을 공부하면서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노동인권 교육은 전태일의 대학생 친구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순간 전태일이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날의 전태일에게 대학생 친구는 누구일까요? 아마도 학생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선생님들이 대학생 친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노동인권 교육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근로기준법을 불에 태우지 않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20대 때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전태일 평전)을 읽고 그에게 빚졌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인 것 같습니다. 노동(인권)교육! 힘내서 다시 시작하렵니다

※이 기사(글)은 11월 9일 나온 <전태일50> 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전태일50> 신문은 전태일 서거 50주년을 맞아 오늘날 전태일들의 이야기를 신문으로 만들겠다는 현직 언론사 기자들과 사진가들,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 이제그만, 직장갑질119의 활동가들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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