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을 뒤집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 본부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도 거둬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WTO는 당초 9일 일반이사회를 열어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할 예정이었다. WTO 일반이사회가 예정대로 열렸다면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인 응고지 오콘조이웰알라 후보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대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WTO는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개표에서 승기를 잡아가기 시작한 지난 6일 '보건 상황'과 '현재의 이벤트'를 이유로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 일반이사회를 연기한다고 전격 밝혔다. 코로나19의 재확산과 함께 미국 대선 결과를 염두에 두고 이같은 연기 방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은 WTO와 협력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위해 EU 등 전통 우방국들과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바이든은 '규칙에 기반한 체제'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을 통해 볼 때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미국과 WTO의 대립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며 "WTO 규정 준수를 강조해온 바이든은 현재 공석인 상소기구 위원을 조속히 임명해 WTO의 분쟁해결 기능을 하루 빨리 복원시키고자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으로 미뤄 바이든 당선인은 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 문제와 관련해서도 WTO 및 EU 등에 협조할 공산이 크다. WTO 의장단은 물론 EU를 포함한 대다수 회원국들이 응고지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만큼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했던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서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8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유 본부장 거취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로서는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유 본부장을 유일하게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마저 재선에 실패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할 내년 1월 중순까지 마냥 시간만 보내기도 부담스럽다. 자칫 '미국 눈치만 본다', 'WTO 룰을 어기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처럼 한국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눈총도 따갑다.
바이든의 당선으로 '반전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만큼 유 본부장의 거취는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