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확정에도…'文모욕 댓글' 국정원 요원들, 계열사 간부 재취업

파면 않고 면직 처리해 연금 수령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은 일부 댓글 요원들이 국정원 공제회인 양우회 계열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 개혁이 강도 높게 추진됐지만 외부 감시와 견제가 미흡한 사각지대에서는 '적폐청산'이 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전직 국정원 직원 A씨와 B씨는 올해 2월 양우회 계열사에 취업했다.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에 근무하면서 윗선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인 정치 댓글 활동에 참여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범죄 일람표를 보면, A씨는 심리전단 안보사업 2팀에서 일하면서 44개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정부·여당을 찬양하고 야권 정치인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 2만9천여 건을 올렸다.


그는 특히 2012년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최악의 인간쓰레기"라고 모욕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왕궁에 살 줄 알았는데 너무 검소하시다"고 찬양했다.

B씨도 안보사업 2팀과 3팀에서 파트장으로 일하면서 국정원 밖 조력자들을 동원해 트위터와 다음 아고라 등에 수천 건의 글을 게시하는 등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

B씨는 조력자들이 지시한 대로 댓글을 작성했는지 확인하고 활동비를 지급했는데, 지시 사항에는 '이명박 대통령 추진 정책에 대한 지지', '민주당에 대한 반대' 등이 포함됐다.

두 사람은 정권 교체 후인 2017년 10월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고,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10월과 징역 7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국정원은 실형이 확정된 A씨와 B씨를 통상 절차와 달리 파면하지 않고 면직 처리해 연금을 일부라도 수령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지난 2013년 3월 '댓글 여직원' 김모 씨와 관련한 정보를 민주당으로 유출한 직원을 즉시 파면하고 검찰에 고발한 것과 대비된다.

두 사람이 면직된 후 양우회 산하 리스회사에 간부급 직원으로 취업해 최근까지 고액의 급여를 받으며 근무한 것도 국정원 측의 배려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이 젊은 나이에 퇴직한 직원들의 재취업을 도와왔다는 점, 국정원과 양우회의 밀접한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한 '제식구 봐주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5월께 댓글 여직원 김씨를 6급에서 5급으로 전격 승진시켰다가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취소하기도 했다.

김씨는 현재 위증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에선 이 같은 제 식구 봐주기 행태가 지지부진한 국정원 개혁 속도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은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국정원이 무엇을 개혁했는지 국정원 스스로 발표하는 것 이상 알 수 없었다"며 "외부 감시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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