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이 이같은 논평을 이어가는데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외교적 국면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일단락 지으려고 하는 북한 측 의지가 담겨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전 상태에서 생긴 우발성 강조"한 北…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매듭지으려는 의도"
북한이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나름의 입장을 내놨다.
북한은 "남조선 전역을 휩쓰는 악성 바이러스로 인해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위험천만한 시기에 예민한 열점수역에서 자기 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며 "응당 불행한 사건을 초래한 남측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의도로 침입했는지 모르고 단속에 즉각 응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인들이 경계 근무를 하다 벌어진 우발적 사건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뜻하지 않은 사고가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해상 수역에서 발생한 것만큼 미안한 마음도 남측에 전달했으며 남측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험담을 묵새기며 최대의 인내로 자제해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해 해상의 수역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아직 결실을 보지 못했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해당 부문에서는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같은 입장을 표명한데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서해안 공무원 피격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북한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현재 외교적 지형상 조만간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문제가 되고 있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서 나름의 항변을 하면서 마무리지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조선중앙통신 보도라는 형식으로 입장을 내보낸데 대해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우리 측의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훈 방미 뒤늦게 비판한 北매체, "미국 대선 전 과도한 중재 부담스러울수도"
반면 북한이 미국 대선 전에 외교적인 중재를 계속해서 시도하는 우리 정부를 향해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해 종전선언 추진을 비롯해 한미간의 여러 안보 현안을 논의한 것에 대해 북한은 예의주시하면서도 불편한 감을 숨기지 않았다.
남북 관계를 주변국과 논의하고 협의해서 풀어가야 한다나는 서 실장의 발언을 "얼빠진 발언"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중재 노력에 대해 북한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은 미국 대선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고 있고,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자제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입장 표면에 대해 다소 간결한 반응을 보였다.
국방부와 통일부는 "북한의 사실 규명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 남북 간 소통을 위한 군 통신선의 우선적 연결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외교안보라인은 북한의 이번 입장 표명을 낸 의도를 분석함과 동시에 미국 대선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향후 스텝을 차분히 밟아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