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운용지시서가 없는 것 등을 포함해 수탁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참고로 통보했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8년 8월 9일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펀드 판매증권사에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펀드 투자자들이 중간에 돈을 돌려달라고 '환매 요청'을 해서다. 펀드의 돈 관리는 수탁사인 은행이 하는데, 이때 모든 돈은 운용사의 '운용 지시'에 따라서만 움직여야 한다.
하나은행은 당시 옵티머스의 지시에 따라 돈을 판매사에 입금하려고 했는데 돈이 덜 들어오자, 은행 돈을 먼저 판매사에 보내주고 옵티머스가 해당 금액을 입금하길 기다렸다. 그러나 마감 시간까지 해당 금액은 입금되지 않았다. 펀드 잔고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하나은행은 금액이 맞지 않자 내부 임의대로 장부상 숫자를 고쳤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하나은행에 직접 전화해 "(운용 지시대로) 돈이 못 들어온다"면서 "내일 주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일은 같은해 10월 23일과 12월 28일 세번이나 있었다. 8월에는 차액이 약8~9억, 10월에는 10억여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 측은 이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시스템 상 마감 때문에 내부적으로 장부 수치 조정을 한 것일 뿐, 펀드 간 돌려막기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수탁사인 은행이 '운용지시서'도 없이 하나은행이 내부 장부 수치를 조정한 것 등을 적발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참고 사항으로 통보했다. 하나은행이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도운 것으로 보고 사기 방조를 의심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도 하나은행의 이같은 업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기본적으로 펀드의 돈을 관리하는 은행의 업무는 모두 운용지시에 따라 이뤄지는데 운용 지시가 굉장히 세세하게 이뤄져서다. 심지어 이자를 받는 것 조차도 어디 계좌로부터 어떤 사모사채 얼마가 언제 들어올 예정이니 이걸 받아서 현금성 자산 계정으로 대체하라고 운용 지시를 하는 식이다.
옵티머스 펀드처럼 환매 자금이 맞지 않을 경우에도 보통은 운용사에게 다시 물어 금액이 맞지 않다고 말한 뒤 다시 지시를 받는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애초에 운용사가 환매를 지시한 금액이 있는데 덜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모든 건 운용 지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은행 마음대로 액션을 취했다는 것은 수탁사의 월권"이라고 말했다.
수탁 업무를 했던 한 은행 관계자는 "운용사의 지시에서 금액이 맞지 않을 경우 해당 금액을 맞춰달라고 다시 요구하지, 은행 내부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면서 "운용사의 지시를 받는다고 해서 수탁사인 은행이 갑을 관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하나은행은 옵티머스의 운용 지시에 따라 집행만 했을 뿐 투자처를 속인 것도 몰랐다고 항변해왔다. 하지만 세 번에 걸쳐 펀드 구멍을 알아서 메워 환매 중단을 막았다는 점에서 옵티머스의 편의를 많이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2018년 옵티머스 펀드 잔액이 불일치했을 때 자본시장법에 따라 임의로 숫자를 고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대규모 피해가 벌어지지도 않았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지급금 등으로 회계 처리를 했어야 했는데 당황스러워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두번째도 자금이 불일치하자 옵티머스와의 수탁업무를 중단하고 추가 수탁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