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靑 안보실장 방미 정면 비난 "한 치의 앞길도 없다"

"비밀리에 미국을 행각해 구접스럽게 놀아댔다"
선전매체가 아니라 관영매체로 대남 정면 비난
美 대선 이후 겨냥한 '한미공조 강화' 경고 메시지
전문가 "남북정상선언 거론은 합의이행에 대한 관심 반영"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29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에 대해 관영매체를 동원해 "동서남북도 모르고 돌아치다가는 한 치의 앞길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개인필명 기사를 통해 "얼마 전 남조선의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이란 자가 비밀리에 미국을 행각하여 구접스럽게 놀아댔다"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오브라이언, 미 국무장관 폼페오 등을 연이어 만나 최근 삐걱거리는 '한미동맹불화설'로 심기가 불편해진 상전의 비위를 맞추느라 별의별 노죽을 다 부리였다"고 논평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대남 유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한 동안 대남 비난을 자제하던 북한이 선전매체가 아니라 관영매체를 통해 이례적으로 대남 비난을 재개한 것이다.

서훈 실장은 국정원장에 이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총괄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비난은 눈길을 끈다.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를 바라보며 한미동맹 강화를 견제하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난 보도에서 서훈 실장의 실명은 피했고 조선중앙통신이 북한 주민들이 보지 않는 대외용 매체라는 점에서 다소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은 "(서훈 실장이) 어느 한 기자 회견이라는 데서 '남북관계는 단순히 남북만의 관계라고 할 수 없다', '남북관계는 미국 등 주변국들과 서로 의논하고 협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얼빠진 나발까지 늘어놓았다"며, "신성한 남북관계를 국제관계의 종속물로 격하시킨 이번 망언은 본질에 있어서 민족자주를 근본 핵으로 명시한 역사적인 6.15북남공동선언과 그 실천 강령인 10.4 선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남조선당국의 공공연한 부정이고 배신이며 노골적인 우롱이라고밖에 달리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한때 그 무슨 '운전자론'이요, '조선반도 운명의 주인은 남과 북'이요 하며 허구픈 소리라도 줴쳐대던 그 객기는 온데 간데 없고 상전의 버림을 받을가 봐 굽신거리는 그 모양새는 차마 눈뜨고 보아주기 민망스러울 정도"라며, "외교안보관계를 주관한다는 안보실장의 사고와 처신이 이 정도이니 미국으로부터 무시와 냉대, 수치와 망신을 당하고 행각도중에 쫓겨온 모양새를 연출한 것도 별로 이상할 것은 없다"고 강변했다.

통신은 끝으로 "자주의식이 마비되면 이처럼 시와 때도, 동서남북도 가려보지 못하고 행방 없이 돌아치는 바보가 되기 마련"이라며, "친미사대에 명줄을 걸고 민족의 운명을 외세의 농락물로 섬겨 바치려드는 자들의 앞길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오늘 다소 수위가 높은 대남 비난을 재개한 것은 코 앞에 닥친 미국 대선 이후를 대비해 우리 정부의 향후 대미 정책 방향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북한이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남조선당국의 공공연한 부정이고 배신'이라며 남북정상선언까지 거론한 것은 합의 이행에 여전히 관심이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다만 합의 이행을 위한 조건으로서 자주적 남북관계 설정, 대미 자율성 확보를 재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미대선 결과와 그 이후의 한미관계, 향후 한미 대북정책 공조 문제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청와대 안보실장이 미 대선이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점에서 민족공조를 우선시 할 것을 경고하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원론적이나마 당 창건 75주년 기념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언급을 한 이후 남측 당국자의 행보가 한미동맹 관리와 강화로 표면상 나타나는 것에 대한 불만 표시"라며, "미 대선 이후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야하는 북측 입장에서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에 대해서 예의주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서훈 실장은 지난 13~16일 미국을 방문 카운터파트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하고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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