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재가동? 40년 전 컴퓨터 그대로 쓰자는 얘기"

[원전 주변은 정말 안전한가③]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인터뷰
"10년 만의 주민건강 역학조사 환영…신속히 진행"
"원전 주민들 건강, 정부가 책임…안전이 가장 중요"
"기준치 이하 피폭은 괜찮다는 한수원 주장은 거짓"
"월성1호기 폐쇄 감사원 감사는 반쪽짜리" 비판도
"재가동 하자고? 40년 전 컴퓨터 지금도 쓸 수 있나"

글 싣는 순서
①[단독]정부, 원전 주변 주민 '암 발병' 10년 만에 재검증
②월성원전 앞 사는 황분희 할머니 "이제라도 진실 밝혀야"
③"월성1호기 재가동? 40년 전 컴퓨터 그대로 쓰자는 얘기"
(계속)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는 '택배 국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인적인 업무강도와 불공정한 착취 구조 속에서 스러져간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이 이번 국감을 통해 낱낱이 공개됐다. 그 중심에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있었다. 양 의원은 국감 기간 중 과로사한 CJ대한통운 고 김원종씨의 산업재해 적용제외 신청서가 대필된 것이란 의혹을 처음 제기해 대통령의 실태점검 지시를 이끌어냈다.

국감의 한복판인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생애 첫 국감을 치르고 있는 양 의원을 만났다. 문을 열자 책상 위에 쌓여있는 수십개의 서류 뭉치들 사이로 양 의원의 얼굴과 충혈된 눈이 흐릿하게 보였다. 방 중앙에 있는 원형 탁자도 국감 서류들로 빼곡했다.

양 의원은 1시간 넘게 진행한 인터뷰 내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지만, 되레 표정과 말투, 손짓은 점점 더 분명하고 뜨거워졌다. 택배나 정치에 관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본업'인 원전에 대한 얘기였다. 양 의원은 정부가 10년 만에 원전 주민들의 건강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늦었지만 당연한 조처"라면서 "원전 운영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면 그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하고, 그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 이번 조사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적은 방사성물질도 호흡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애당초 '안전한 방사능량'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역학조사 이후 10년 만에 정부의 재조사를 이끌어냈다.

"2011년 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조사의 원 데이터를 어렵게 구해 분석했었다. 원전 운영과 주민들 갑상선암이 무관하다는 것이 정부 발표였는데, (우리 조사에서는) 연관성이 훨씬 높게 나왔다. 원전 주민 40명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했는데 삼중수소가 다 검출됐고, 재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왜 당시 조사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들었나.


"우리나라는 1970년대, 80년대부터 국가가 원전을 운영하면서 배출한 방사능 양이 상당하다. 그 방사능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있으면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 그런데 정부는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증명이 안 됐다는 이유로 계속 책임을 지지 않고 미뤄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환경부, 한국수력원자력이 서로 계속 핑퐁을 하며 떠넘겼다. 그러던 중 경주 월성 주민들이 이주농성을 시작했고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최소한 건강영향조사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국회 입성 후 관계부처 협의를 계속 진행해 왔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원안위나 산자부가 받아들인다던가.

"3개 부처가 몇 달 동안 실무자급, 국장급 협의를 진행해 조사에 관한 부처 합의안을 만들었다. 가동 초기부터 현재까지 원전의 방사능 방출량과 주민들의 피폭량, 암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역학조사할 계획이다. 비용이나 기간이 오래 걸리는 코호트 조사가 아니라 기존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조사 기간을 1~2년 정도로 기존 20년에서 확 줄였다. 조사를 위한 민관 협의체가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다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성을 높일 계획이다. 환경부가 조사를 진행하지만 원안위나 산자부(한수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도 모두 받아들여 차후 보상까지 논의한다는 게 현재 각 부처가 합의한 내용이다."

-조사 기간이나 비용이 이전보다 줄었다면 결과를 믿을 수 있나.

"우리나라 만큼 국민들의 '암 통계'가 잘 돼 있는 나라가 없다. 조사 절차가 간소화되지만 더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하면 된다. 얼마 전 유럽방사선리스크연구회(ECRR) 크리스토퍼 버즈비 의장이 월성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 갑상선암 발생에 대해 법정 증언을 하려고 한국에 온 일이 있다. 그가 말하길 한국은 정말 연구하기 좋은 환경의 나라라고 하더라. 원전 주변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사는 나라가 전세계에 단 하나 한국밖에는 없다더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은 지난 2011년 정부 조사 결과를 다시 검토해 후속연구 결과를 2015년 발표했다. 백 교수는 앞선 조사에서 청소년이 조사 대상에서 배제되고, 기존 암 발병자를 제외시키는 등 초기부터 오류가 있었다고 짚었다.

-조사 비용은 얼마나 드나.

"조사 기간과 범위가 예산이 얼마가 배정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환경부에서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는 관련 항목이 없다. 향후 예결특위에서 논의하면서 추가할 계획이다. 최소 20억원에서 최대 40억원까지 예산을 확보할 것이다."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가 높은 파도 앞으로 보이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예전에 진행한 조사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

"2015년에 원전 주민들 상대로 삼중수소 검사를 했을 때 한 5살짜리 아이가 자기 부모보다 더 많은 양의 삼중수소가 나왔다. 어떻게 부모보다 애한테 더 많이 삼중수소가 나오는지 봤더니 애 엄마는 경주, 아빠는 울산 시내로 출퇴근을 했다. 아이는 원전 5㎞ 이내에 있던 어린이집에 다녔다. 우리가 호흡을 통해 방사능을 흡수하고, 또 그 양에는 원전과의 거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그런데 한수원에서는 적은 양의 방사능은 몸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

"한수원은 항상 '기준치' 얘기를 하면서 안전하다는 걸 강조한다. 그런데 해외는 좀 다르다. 출장 중에 미국 환경청의 업무 보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미국은 건물 실내에서 나오는 라돈이라는 방사능 물질을 굉장히 민감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미 환경청은 라돈 관리 지침을 얘기할 때 '기준치'나 '밀리시버트'를 말하지 않는다. 10만명 중 단 1명, 1만명 중 1명이 암에 걸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더라. 또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능이라도 안전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환경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문답 형식의 홍보물에 그렇게 적혀있다. '안전한 방사능량이라는 것은 없다'라고."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는 저서 <한국탈핵>에서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말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아주 적은 양의 방사능도 암을 일으킬 수 있고, 피폭량과 암 발생 사이에는 '역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핵산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나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모두 동일한 결론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백도명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수원이 강조하는 기준치는 '건강 지표'가 아니라 '관리 지표'다.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무리 적은 피폭도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과학적인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두고 '정부가 주민을 볼모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려고 한다'는 견해도 있다.

"어불성설이고 오해다. 어느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가 부처간 협력을 통해 겨우 합의를 이뤄냈다. 오직 국민의 안전을 확인하고 보장하기 위해 조사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무리하게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췄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감사원 감사는 말그대로 반쪽짜리 감사다. 실제 경제성 평가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진행한 감사였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경제성 평가는 재무평가, 즉 경영실적이다. 또 사회적 편익을 폭넓게 봐야 한다. 핵폐기물 관리비용이나 온실가스 등 원전을 가동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들이 고려되지 않았다. 월성 1호기는 역대 정부에서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던 '돈 먹는 하마'다. 그런 골칫덩어리를 누가 계속 갖고 있겠나. 또 원전의 폐쇄 결정은 경제성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닌데 마치 경제성이 원전의 폐쇄 여부를 결정하는 것처럼 잘못 비춰지고 있다."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주 지역 국회의원, 주민들에서까지 나온다.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자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1983년도에 만들어진 컴퓨터를 지금 그대로 쓸 자신이 있느냐고. 지금 월성 1호기는 40년 전 컴퓨터가 장착된 상태 그대로 삐그덕거리고 있다. 원전의 이용률이 40% 밖에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이걸 높이자는 것은 사고가 날때까지 돌리라는 말과 같다.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일단 사고가 한 번 나면 그 다음은 아무 의미가 없다. 원전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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