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잡으려다 '자유' 놓칠라"

법무부 '언론보도 피해 징벌적 손배제' 도입 추진에 비판↑
언론 3단체 긴급 토론회…"국가서 표현·정보 1차 재단 안 될 일"
"시민사회 자기교정 기능·사상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져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언론보도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려는 법무부 움직임에 언론계를 비롯한 시민 사회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는 27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지성우 교수는 "만일 가짜뉴스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권을 국가(또는 유사기관)가 행사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가 국민들의 표현 행위에 대해 가짜 여부와 아울러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는 의미"라며 "이는 현대 헌법에서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게 될 우려가 크고, 나아가 가짜뉴스에 대한 일반적·학문적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 규정을 새로 규정하거나 강화한다는 일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가짜뉴스 등 언론 보도 피해에 대해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안'과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다음달 9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

지 교수는 "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살펴보면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단순히 허위사실 유포를 그 자체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 사례는 거의 없다"며 "허위·조작 정보를 규제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포괄적 법률을 추가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위축될 경우 정부에 대한 비판이 자유롭지 않게 되고, 표현에 대한 자기검열이 강화됨에 따라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까지 제한될 수 있다"며 "정부 역시 입맛에 맞지 않는 정보를 허위·조작 정보로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될 여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언론과 개인에 의한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는 국가에 의해 1차적으로 재단돼선 안 된다. 더욱이 이미 한국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는 선진국 수준에 비춰 볼 때 매우 강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가짜뉴스 퇴출 문제는 더 이상 새로운 법을 창출함으로써 강제해서는 안되며 집단지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기자협회 김동훈 회장도 '언론의 고민과 책무성 확보 과제'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는 언론에 대한 피해 구제책이 비교적 잘 돼 있다"며 "언론중재법이 있고, 명예훼손에 따른 각종 민형사 소송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기업을 비판한 기사를 쓴 기자의 급여를 가압류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그런데 징벌적 손배제까지 시행하면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이중 처벌'이 될 수 있다"며 "지금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언론에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입법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징벌적 손배제라는 새로운 법을 만들기 보다는 법원이 언론 피해자에 대한 손해 배상(양형)을 현실화 한다면 징벌적 손배제의 기대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본다"며 "징벌적 손배제는 기자들의 정상적인 취재·기사 작성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기자들이 위축되면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도 느슨해 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김 회장은 "지금 우리는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확증편향'에 빠져 있다. 정파적 보도가 난무하고, 소비자들도 정파적 보도에서 쾌감을 느낀다"며 "뉴스 소비자들이 좋은 뉴스를 많이 소비해야 뉴스 생산자들도 다시 좋은 뉴스를 생산한다. 이러한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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