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되는 줄 알았던 펀드 자금 가운데 수백억원이 페이퍼컴퍼니 등 1차 경유지를 거쳐 트러스트올로 모인 후 다시 펀드 운용사 관계자의 개인 주머니에 꽂힌 것이어서 범행의 대담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트러스트올에서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 계좌로 40여차례에 걸쳐 약 47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동열 이사에게도 약 30차례에 걸쳐 110여억원이 전달됐다.
(관련기사 : 20. 10. 23 CBS노컷뉴스[단독]옵티머스 일당, 수표로 1천억원 펑펑 썼다)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 펀드에서 수십 곳의 관계 회사를 거쳐 세탁한 자금을 최종적으로 꺼내 쓰기 전에, 다시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용도의 중간 단계 경유지로 지목된 곳이다. 대규모 피해를 야기한 옵티머스 사태에서 사라진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주요 혐의자들을 파악하기 위한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김 대표 측은 당초 트러스트올의 운영·관리를 이동열 옵티머스 이사(2대 주주)가 맡아왔으며 자신은 깊숙하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제 자금흐름상 개인계좌로는 김 대표가 가장 많은 돈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김 대표가 2018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매월, 한 달에 최대 6차례씩 트러스트올에서 돈을 빼간 것으로 나타나면서, 검찰도 이 돈의 사용처를 집중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러스트올의 돈을 '대놓고' 이체 받은 인사는 김 대표와 이 이사, 유 고문 등 핵심 피의자 3인방을 포함해 최소 15명 이상이다. 이체 금액만 총 900억원에 달하는데, 절반 이상이 3인방의 개인 계좌로 꽂혔다.
앞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트러스트올에서 수표로 인출돼 빠져나간 돈도 1천억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약 2천억원에 가까운 펀드 투자금이 여러 인사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추적과 감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는 계좌거래와 수표거래를 대놓고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상거래를 1차적으로 감지해야 할 은행은 물론이고 금융감독당국이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트러스트올로부터 직접 돈을 이체 받은 인사들이 단순 대리 수령자인지, 로비스트 역할을 했거나 로비 대상자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옵티머스 사건과 유사한 라임자산운용 사태로는 50여명이 구속됐고 이 가운데 30여명이 기소된 만큼,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추가기소 인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