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낮시간대였음에도 법사위 국감 방송의 시청률은 무려 10%에 육박했다.
이토록 관심이 뜨거웠던 것은 연일 추미애 법무장관과 불협화음을 일으킨 윤석열 검찰총장의 출석, 연일 정치권 인사의 연루설이 터져 나오고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궁금증, 문재인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의 진행 정도 등 국민적 관심사가 이날 국감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심히 일과시간을 쪼개가며 국감을 시청한 국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여야 의원들이 가져온 질의의 내용이 국민들의 궁금했던 것이 아닌 자신들의 주장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의 질의는 말 그대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甘呑苦吐)였다.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여당 청문위원들은 당시 후보자이던 윤 총장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는 검찰총장직의 적임자라고 추켜세우기 바빴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직무능력, 도덕성 검증과 관련된 문제가 되는 단서가 없다"고 할 정도로 완벽한 후보임을 강조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윤 총장이 이른바 '댓글 수사' 외압을 폭로한 2013년에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윤 총장을 "형"이라고 부르며 "어떠한 경우에도 사표를 내서는 안 된다"고 비호했다.
김 의원은 윤 총장이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고 호통을 쳤고, 박 의원은 "자세를 똑바로 해달라"며 윤 총장의 앉아있는 모습까지 질타를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변신도 민주당 의원들과 별다를 게 없었다.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총장 후보자 감싸기, 윤석열 짝사랑이 정말 눈물이 겨워 두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던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이날 국감장에서는 "추미애 법무장관보다 수십 배 정도 예의가 바르게 답변하고 있다"며 야당 의원이 행정부 피감기관장을 감싸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현상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 또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부하냐는 질문에 "법리적으로는 부하가 아니다. 부하라면 검찰총장이라는 직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정부조직 상으로는 검찰청이 법무부 산하의 외청이지만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따라 직무상으로는 검찰총장이 정무직인 법무장관의 부하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당신 말대로 검찰총장이 누구의 부하도 아니라면 수사지휘권을 주장한 임명권자 대통령과 직제상 상급자인 법무장관 모두 잘못을 저지른 셈이니 처벌하라'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서는 김도읍 의원이 나서서 이를 맞받아쳤다.
'수사가 법무장관이나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한 일이라면 수사주체인 검찰 비리에 대한 책임도 장관과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논리다.
검찰총장이라는 하나의 직을 두고 소중한 국정감사 시간에 '억지논리 배틀'을 벌인 것이다.
이런 정쟁이 계속해서 오가다보니 정작 라임·옵티머스 수사의 부실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나 피해자 대책과 관련한 논의는 언급되지 않았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수 조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현직 검사가 연루된 금융사기 사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공방만 남았다"며 "누구를 위한 국정감사였느냐"고 질타했다.
한 여권 정치인은 대검찰청 국감을 두고 "국정에 대한 감사 없이 서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했다"며 "이정도면 '국(國)정감사'가 아니라, 당 멋대로라는 의미의 '당(黨)정감사'나 말하고 싶은 사람 마음대로인 '사(私)정감사'로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코로나19로 많은 국민이 먹고 살기 어려워졌음에도 꿋꿋이 견디며 세금을 납부해 나라 살림을 지탱하고 있다.
국정감사는 이런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는 정부 기관이 있는지를, 입법부인 국회가 '매의 눈'으로 살펴볼 소중한 기회다.
지금은 SNS의 시대, 유튜브의 시대다.
국정을 살피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사견이나 정당의 주장은 SNS나 유튜브를 통해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