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건강 및 안전과 세계 해양 생태계에까지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대응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 8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대응 관계부처 캐스크포스(TF)' 차관회의를 개최했다.
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 하에 일본에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협의 등을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3월 국무조정실에 TF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일 대사관은 업무보고에서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일본 정부에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일측 동향 모니터링을 지속 실시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남관표 주일대사는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경우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기준에 부합되지 않고 국제적 절차를 따르지 않은 오염수 방출은 금지돼있다"며 "국제기구를 통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하며 상반된 인식을 갖고 있다.
후케타 도요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과학적 의미에서 (방류가) 실행 가능한 유일한 처분 방법"이라며 해양 방류를 지지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이날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다"며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 등으로 미뤄 일본 언론 관측대로 이르면 오는 27일 방류 결정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일본은 이날 '아세안+한중일' 농업장관 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취해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를 주장하고 나서 적반하장인 상황이다.
일본의 이런 태도로 볼 때 투명한 정보 공개나 국제사회와의 협의 정도로는 일본을 강제하기 어렵다.
도미타 대사는 "IAEA도 (해양 방류에 대해)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국제 관행에도 따르는 것이라는 입장을 알려왔다"는 언급도 해 여운을 남겼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7월 부품소재 수출규제나 올해 3월 코로나19에 따른 입국금지 조치를 우리 측과 상의 없이 기습적으로 단행한 전력이 있다.
당시처럼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보다 강력한 경고와 단호한 저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할 경우 국제해양재판소에 가처분을 신청하고 국제소송에 나서도록 정부에 촉구할 방침이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일본산 수산물의 전면 수입금지 확대 방안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녹색연합도 22일 성명에서 "우리 정부 역시 일본의 해양방출이라는 범죄적 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의 후안무치한 결정을 막기 위한 최대한의 방법을 동원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 지사도 지난 20일 일본의 오염수 방류시 한일 양국 법원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인의 행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미온 대처와는 온도차가 크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정부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일본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긴밀한 정보 공유를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조하여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