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도경(한국 미혼모 가족협회 대표)
지난 금요일 오후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모바일 앱사이트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옵니다.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됐어요.” 열어 보니까 곤히 자고 있는 아기 사진 두 장이 있고요. 가격은 20만원이라고 아이를 입양해 가라는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 게시물은 곧바로 삭제가 됐습니다마는 이 소식은 세상에 알려졌고요.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분노한 사람들이 직접 경찰에다가 신고까지 했으니까요. 경찰은 바로 추적에 나서서 글 작성자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제주도 서귀포시에 사는 20대 여성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공공 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이런 글을 올린 거였습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도경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좀 풀어가보죠. 대표님, 안녕하세요.
◆ 김도경>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니, 저는 처음에 누가 장난 친 건 줄 알았어요.
◇ 김현정> 아니, 어떻게 된 사연이에요. 이게 왜 그랬답니까?
◆ 김도경> (글 작성자는) 아이를 외부에서 혼자 낳은 게 아니고 미혼모 시설을 통해서 낳았습니다. 본인이 아마도 키울 수 없다고 해서 입양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입양에 대한 상담을 받다가 그 절차나 기간이 너무 까다롭고 길어서 홧김에 아이를 판다는 글을 올렸다고 하는데요.
◇ 김현정> 입양 절차 상담 받던 중에 너무 까다로운 게 화가 나서 그냥 확 중고마켓 통해서 애를 입양시키겠다라고 글을 올렸다?
◆ 김도경> 네. (입양이라는 게) 본인이 키우면 거칠 필요가 없는 과정이지만 아이에게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주는 건데 당연히 거쳐야 되는 절차가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죠.
◆ 김도경> 그런데도 이게 까다롭다는 이유로 빨리 본인이 해결하려고 거기에 올렸다는 게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고 이거 범죄 행위인데도 본인이 그거를 그때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인 거죠.
◇ 김현정> 이 여성의 선택은 틀렸습니다. 잘못됐습니다. 본인이 어떤 상황이든 생명을 20만원에 팔겠다라고 생각한 건 분명히 잘못된 거예요. 일단 그 점을 지적해 주셨어요. 그런데 개인의 일탈이야” 라고만 치부하고 그냥 넘길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대표님.
◆ 김도경> 네.
◇ 김현정> 우리가 이 사건을 계기로 들여다봐야 할 지점은 뭘까요?
◆ 김도경> 사실 저희 협회에 입양이나 낙태를 고민하고 오는 엄마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엄마들하고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사람들이 정말 입양이나 낙태를 하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고 아이를 키울 방법이 있으면 키우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있더라고요.
◇ 김현정> 찾아오는 미혼모들의 대부분이, 양육할 수 있는 상황만 되면 내가 양육하고 싶다 쪽이에요?
◆ 김도경>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엄마들이 얘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내가 살 집도 없는데 아이랑 어디서 살고 뭘 먹고 사느냐고요. 그리고 아이를 낳고 일 할 수 없는 그런 기간 동안 누가 먹여살려주느냐 이런 걱정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저희가 뭐 긴급생계비라든지 아니면 기초수급제도 아니면 LH나 미혼모 시설이라든지 이렇게 아이를 키울 방법하고 또 이미 키우고 있는 다른 미혼모 분들과 함께 도우면서 키우자 이렇게 얘기를 하면 대부분 양육을 선택을 합니다.
◇ 김현정> 실제로 미혼모들에 대한 어떤 사회적인 도움이 있어요? 체계가 잘 잡혀 있어요?
◆ 김도경> 사실 한국에서는 아주 가난한 미혼모들만 들어갈 수 있는 미혼모 시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미혼모만을 지원하는 정책은 없고요.
◇ 김현정> 없죠.
◆ 김도경> 한부모가족지원법에서 월 소득이 152만 원 미만일 경우에는 아이가 18살이 될 때까지 월 20만원을 지급받습니다. 사실 가장 힘든 건 내가 힘들 때 가족의 지지가 있다면 견딜 수 있을 건데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거고요. 물론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이런 것들을 간접적으로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서 이미 학습한 여성들은 아이를 낳기 전부터 아이를 포기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죠.
◇ 김현정> 조금씩 개선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은 있어요. 선입견이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 말씀이세요.
◆ 김도경> 그렇죠.
◇ 김현정> 또 하나 짚어볼 것은 아이를 낳는 건 여성이지만 사실은 아이의 아빠가 분명히 존재하지 않습니까?
◆ 김도경> 네.
◇ 김현정> 아이 아빠가 책임져야 될 부분은 법적으로 규정돼 있는 게 없습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결혼했다 이혼한 경우가 아니라 그냥 미혼인 상태에서 낳은 아이의 아빠도 분명히 아이 양육비를 줘야 되는 거예요, 법적으로는?
◆ 김도경> 네.
◇ 김현정> 줘야 되는 거지만 대부분 안 주고 있는 게 현실이고요?
◆ 김도경> 네.
◇ 김현정> 안 줘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운전면허 정지하는 것 정도밖에는 없다?
◆ 김도경> 네, 그것도 올해 5월에 생긴 거고요. 그리고 아이 아빠를 찾는 과정부터가 굉장히 힘듭니다. 사귀다가 임신을 하게 됐을 경우에 갑자기 남자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든지 처음부터 주민번호를 서로 교환하고 사귀지는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임신한 얘기를 듣고.
◇ 김현정> 잠적해버리는군요.
◆ 김도경> 네. 군대를 가버린다든지 유학을 가버린다든지 이 사람이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을 때, 양육비 청구를 하려면 먼저 인지청구를 해야 돼요. 그러려면 아이의 아빠를 찾아내고 그다음에 이 아이 아빠가 유전자 검사에 동의를 해야 되는데 그 과정까지 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불가능한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거죠.
◇ 김현정> 이해가 갔어요.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귈 때 주민번호까지 다 적어놓고 사귀지는 않으니까 어디로 도망가거나 잠적해버리면 찾는 것부터가 어렵다?
◆ 김도경> 맞습니다.
◇ 김현정> 또 하나 남은 쟁점은 뭐냐면 이번에 이 아기. 이 엄마 밑에 그냥 둬도 되는가.
◆ 김도경> 저는 이 엄마의 심리상태에 대해서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이를 키웠을 경우에 더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면 분리하거나 입양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리 엄마들이 키우다가 미워도 아이를 팔 생각을 하지는 않거든요. 지금 그 정도까지 생각을 했으니까. 내가 잘못한 것을 깨닫고 내가 정말 키우겠다고 하면 그거에 관련된 도움을 줘야 되겠지만 아무리 도와줘도 나는 정말 못 키우겠어 이런다고 하면 입양이 될 수 있도록 그 절차를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번에 세상을 발칵 뒤집은 당근마켓에 올라온 아기사건. 여기까지 한번 우리가 전문가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표님.
◆ 김도경>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사단법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도경 대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