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미치지 못한 저조한 성과에 당내에선 보궐선거기획단 관련 지도부 갈등과 원내 전략부재, 상임위원장 포기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색해진 '야당의 시간'…증인 채택 대거 불발
국감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번 국감은 '야당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깐깐한 검증을 예고했다. 지난달 정기국회에서부터 이어져 오던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특혜 의혹을 비롯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옵티머스 펀드 사태, 광화문 집회금지 등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야당 내에선 다양한 소재가 마련된 만큼 '골라 먹겠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요 상임위에서 야당이 요청한 증인 채택이 대거 무산되면서 각 부처 장관을 상대로 공방만 벌였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국방위, 정무위, 과방위 등에서 요청한 증인을 국감장으로 불러내지 못하면서 맹탕이 됐다며 화살을 여당에 돌렸다. 당내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증인 하나도 제대로 못 부르고 부처에선 중요한 자료를 주지 않는데 어떻게 국감을 진행하냐"며 "우리가 여당일 땐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는데, 지금 민주당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인 불출석 문제는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감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국방위에서 여야는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증인 채택을 두고 막판 기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민주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당내에선 민주당의 증인 거부 방침이 예상된 상황에서 원내 지도부가 이에 상응한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점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보궐선거기획단 구성을 두고 당 지도부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며 국감에 쏟아야 할 집중력이 약해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 12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기획단 구성 과정에서 '유일호 카드' 철회와 김선동 전 사무총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굵직한 이슈들이 국감 도중에 터지면서 당내 의원들의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는 게 중론이다.
당내 영남권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국감 중에 보궐선거기획단을 두고 지도부의 자중지란이 벌어지면서 힘이 분산됐다"며 "국감이 끝나고 하면 될 일을 너무 빨리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한 중진의원도 통화에서 "지금 비대위와 원내 지도부의 방향이 안 맞는 건 사실"이라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주요 이슈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원내 잡음은 쓸데없이 우리당 전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원구성 협상 당시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포기했던 것 또한 '전략적 패착'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법사위원장직을 두고 민주당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국민의힘은 야당 몫으로 예정됐던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내줬다.
거대 여당의 독주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했지만, 국감에선 주요 증인 채택과 의사 진행 등에서 막강 권한을 쥐고 있는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지난 1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증인 채택, 자료제출 문제 등이 야당의 의사가 반영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원구성 당시) 우리가 그냥 우리 상임위라도 그대로 확보했었다면 위원장으로 있는 그 상임위라도 증인 참고인 채택 제대로 안 됐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당내 수도권 재선의원도 통화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준 게 의외로 여파가 크다"며 "간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 상임위원장이 직권으로 증인 출석을 강행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지금 수세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초선의원은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대놓고 야당의원들 질의를 못하게 하는 등 뻔뻔하게 하니까 원구성 협상에 대한 아쉬운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