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심심치 않게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대목 중 일부입니다. 사모펀드에 문제가 생겨 투자자들에게 돈을 못 돌려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여기까진 따라가겠는데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라고 함께 부르다보니 헷갈린다고요?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까지도 연루된 인물들이 너무 많고 비슷하다 보니 혼동되기 일쑤인데요.
왜 이렇게 비슷한 사모펀드 사고가 터져나오는건지, 라임사태보다도 옵티머스사태가 더 악질이고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왜 그런건지 정리해봤습니다.
1. 라임사태와 옵티머스사태, 같은 듯 다른 '사모펀드 사고'?
라임사태의 경우, 환매 중단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사를 해봤더니, 펀드를 판매할 때 설명이 부족해서 ①불완전판매 이슈가 있었어요. 이전에 DLF사태와 비슷했죠. 그런데 라임사태는 DLF사태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자산운용사에 돈을 빌려줬던 대형 증권사과 같이 짜고 ②투자자를 속인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라임이 해외 무역 투자를 했는데 그곳이 부실하다는 걸 알고도 신한금융투자와 공모해서 투자자를 계속해서 모은 거죠.
옵티머스도 라임처럼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사건이 시작됩니다. 금융권에서는 또 하나의 라임 사태가 터졌구나 했죠. 그런데 왠걸. 옵티머스는 라임보다 한 술 더 뜹니다. 라임은 처음부터 투자자들을 속이진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안내한대로 투자를 하다가 부실난 걸 감추느라 속인건데, 옵티머스는 애초에 투자자들에겐 공공기관의 우량채권에 투자를 한다고 해놓고는 한 번도 그렇게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작정하고 사기를 친 거죠.
2. 옵티머스 사태에 등장하는 청와대 행정관은 누구?
이 전 행정관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해덕파워웨이라는 곳의 사외이사를 했는데요. 이곳이 어떤 곳이냐면 예전엔 건실한 중견 강소기업이었는데 옵티머스가 펀드 투자금으로 몇 개의 관계사를 거쳐 무자본 M&A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입니다. 이런 곳의 사외이사를 청와대 들어가기 직전까지 지냈고요. 옵티머스가 '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했던 유령회사 셉틸리언의 최대 주주(50%)이기도 합니다. 셉틸리언의 나머지 50% 지분은 김재현 대표의 아내 윤모씨가 가지고 있고요.
이처럼 무자본 M&A와 사모펀드에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이 전 행정관이 어떻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민정수석실이라고 하면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이 전 행정관의 이력을 보면 여권 인사들과 교류가 많았습니다. 2014년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현 전 의원 등이 기소된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 당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변호인단으로 참여했고요.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새정치민주연합(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당무감사 위원을 맡았는데 이때 위원장이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었습니다.
3. 사모펀드 사고에 왜 자꾸 정치인, 금감원 관계자가 나오나요?
하지만 펀드에 문제가 생긴 이후에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가며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사모펀드의 특성을 이용한 거죠. 사모펀드라는 게 49인 이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비공개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금융감독기관의 감시도 받지 않습니다. 2015년도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에는 더 심해졌고요.
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건이 터진 뒤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서도 "000고문님들의 도움으로~ 적기 시정 조치 유예를 받음", 또는 "000고문님 소개로 000 변호사 고문 영입" 등의 내용 등이 나와있는데요. 전직 고위 공직자들의 인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100% 믿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점을 검찰이 조사를 통해 확인해봐야겠고요.
4. 사모펀드 사고, 또 터질까요?
금융위원회는 2015년 10월 사모펀드 투자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고요. 그렇다면 그만큼 더 탄탄한 안전 장치를 마련해줬어야 했는데 자산운용사의 각종 의무는 다 줄여줬습니다. 운용사 설립을 인가에서 등록으로, 펀드 설립을 사전 등록에서 사후 보고로 간소화해줬고요. 금감원에 보고해야 하는 내용 가운데 운용 전략과 투자 대상 자산의 종류, 투자 위험 관련 사항 등은 모두 면제해줬습니다.
투자자 범위는 크게 늘렸고요. 금융당국의 사전·사후 검열은 대폭 완화했습니다. 규제를 완화했으면 검사 권한이라도 제대로 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죠. 이에 따라 사모펀드 갯수는 급증했습니다. 2015년 615개였던 사모펀드 수는 2019년 3324까지 늘어났습니다. 투자 가능 금액이 낮아지다보니 비전문 일반인들이 퇴직금 또는 자식들 결혼자금까지 들고 와서 넣는 경우가 생기게 됐죠. 이른바 '자본시장의 사기꾼'들까지 대거 들어오게 되면서 사모펀드 시장은 거의 '무법지대'나 다름없게 됐습니다.
자본시장의 한 전문가는 "금융위가 라임 사태 이후 일반인 투자 가능 금액을 3억으로 다시 높이고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한다고 했지만, 그건 이 사태의 핵심이 아니다. 본질은 사모펀드 제도 허들을 너무 낮춰놨고 감독 사각지대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거부텨 고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하는 것도 당연히 해야하지만, 금융당국은 재발되는 사모펀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일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