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그간 설익은 개각설에 강한 톤으로 부인했지만 최근에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이라며 뉘앙스가 바뀌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최소 한 달 반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12월쯤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강경화·박능후 논란에 여권도 긴장 "분위기 쇄신 목소리 상당"
추석 연휴를 지나자마자 터져나온 12월 개각설은 공교롭게도 강경화 장관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행보가 촉매제가 됐다. 강 장관은 남편의 요트 구매를 위한 미국행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정부여당에서도 이번 일의 파장과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교체설이 나왔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석 연휴 기간에 또다시 구설에 오른 것도 개각 시나리오를 꺼내는 계기가 됐다. 장차관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복지부 추석 인사 포스터가 엄중한 시국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복지부는 공식 사과했지만 여권 내에서도 부적절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강경화, 박능후 장관 논란이 개각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며 "당 내에서도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개각이 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 같다. 여러 일정을 고려했을 때 12월이 가장 합리적으로 여겨진다"고 내다봤다.
◇ 차분히 여러 개각 시나리오 검토하는 靑, 원년멤버와 선거가 변수
강경화·박능후 장관에 대한 여론 악화가 논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지만, 이미 청와대에서는 그 전부터 차분하게 개각에 대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안에 가장 크게 임명권을 행사하는 자리인 만큼 여러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가 본격 가동되기 전이라도 문 대통령이 부처별 상황을 점검하면서 다방면으로 인사를 고려해 볼 수 있는 사전 준비 작업은 내부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체 가능성이 있는 자리를 살펴보면 우선 정권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원년 멤버'들이 거론된다. 박능후 장관의 경우 교체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이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권 끝까지 함께 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됐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번 논란과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취 여부도 여전히 뜨거운 관심사다. 추 장관이 정치적인 행보를 어떻게 정할지, 당장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도전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원년 멤버 교체와 함께 선거 일정을 고려한 인사가 함께 이뤄진다면 개각은 중폭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청와대는 여론을 수렴하면서 신중하게 개각의 폭과 시기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청와대의 개각 준비가 조만간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