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전태일 3법'으로 매듭지어야

근로자 10명중 4명…근로기준법 지켜지지 않아
여성과 비정규직, 20대, 저임금 등 더 열악
국회서 논의 중인 '전태일 3법'으로 사각지대 메워야
노동은 사회갈등과 대립이 아닌, '삶'의 문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입법 서둘러야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이 정작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전태일이 산화한지 50년이 됐지만 정작 근로자로서의 기본 조건조차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전태일 50주기에 맞춰 직장인 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열 명 중 네 명 정도가 노동시간과 휴가 등을 명시한 이 법이 별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지만 노동시간과 휴가, 임금과 수당지급이 주어지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퇴직금 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도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더욱이 여성과 비정규직, 그리고 연령대가 낮은 20대, 직장규모가 작거나 임금이 적을수록 높게 나타났다고 하니 여간 씁쓸하지 않다.

1953년 처음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1997년 새 근로기준법이 제정, 공포된 이래 24번의 개정이 이뤄졌다.

이 법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선 정당한 근로계약 아래 제대로된 임금을 받고 적정한 근로 시간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 헌법에 명시된 '기준'마저 준수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아직 이 법마저 적용되지 않고 있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과 비정규직 등의 상황은 일반 근로자들보다도 더욱 열악하다는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현 정부 3년 간 노동자의 삶과 처우가 개선됐는지를 물었더니 51%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에게서는 부정적 인식이 더 많았다.

코로나19 이후의 실직 경험도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7배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 근로기준법을 배워본 적이 있는 노동자가 3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 노동현장이 척박할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난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스크류에 깔려 목숨을 잃은 이 모씨 등등의 경우가 더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등 이른바 '전태일 3법'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모양이다.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를 5인 이상에서 모든 사업장으로 바꾸고, 근로자의 범위를 택배기사나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자까지 포함할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자의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경영책임자는 물론, 원청, 발주처 등 실질적인 책임자를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늦었지만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적 활동을 망라한 노동, 근로엔 사회갈등과 대립 문제가 아닌, '삶'이라고 하는 중요한 요소가 가미돼 있다.

근로를 노동자와 사용자의 문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문제 등으로 단순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서울 청계천 버들다리에서 고(故) 전태일 열사 흉상 앞에서 거리 문화제가 진행되는 모습.(사진=자료사진)
22세의 나이로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전태일 열사가 산화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도 사각지대는 여전히 많다.

제2, 제3의 전태일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는 노동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은 물론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를 위한 입법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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