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與 엇박자 끝에…수사권 조정 세부안 막판 수정됐다

"검찰개혁 취지 못살렸다" 與 급제동에
통과 코앞 수사권조정 시행령 막판 수정
세부안 조율해온 추미애 머쓱해졌지만…
檢 안팎선 '할 만큼 해서 면섰다' 평가도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제2차 국정원. 검찰.경찰 개혁전략회의’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은순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박지원 국정원장(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비판을 샀던 검·경 수사권 조정 세부안(시행령)이 오랜 진통 끝에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시행령 최종안은 입법예고 때보다 검찰의 수사 범위를 더욱 제한했고, 법무부 장관을 견제하는 장치도 새로 마련했다.

국무회의를 코앞에 두고 이뤄진 시행령의 막판 수정에는 여당의 제동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행령 조율 과정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쪽 의견을 과도하게 수용했다는 문제 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지난 25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수사권 조정 시행령을 재논의했다. 최근 민주당으로부터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의 문제점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차원에서 다시 조율해 보라고 밝힌 데 따른 회의였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시행령 수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검찰의 사건 이송 예외 규정을 보다 분명하게 적시하고, 검사의 재(再) 재수사 요청 조건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등 내용이 논의됐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제기한 문제점들도 다양하게 검토됐다. 그간 단체들은 시행령을 법무부 단독 주관으로 설정해 검사의 일방적인 유권해석이 가능해졌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 등 권한이 커지면서 검찰 개혁의 취지가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이후, 후퇴니 뭐니 수없이 많은 얘기들이 나왔다"며 "(비공개 회의에서는) 그런 제기된 문제들의 수준에 맞춰 논란과 쟁점이 되는 사항들을 다시 논의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민주당 의원들은 비공개 회의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수정 건의 내용을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주말을 거쳐 국무회의 전날까지도 청와대와 법무부 등 관계기관 사이 시행령 수정 여부를 둘러싼 물밑 조율이 활발하게 이어졌다고 한다.

민주당 회의에서 논의된 사안들은 실제 최종안에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검찰이 영장만 받으면 모든 사건에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읽혀 논란이 된 조항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만 적용되도록 범위를 구체화했다.

또 수사준칙 해석·개정을 법무부 장관의 단독 주관으로 설정한 대목에는 '해석·개정에 관해 법무부 장관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법무부에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둔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해 법무부 장관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여기에 검사의 재재수사 요청 조건도 기존 '명백히 채증법칙에 위반되는 경우'에서 '기소할 수 있을 정도의 명백한 채증법칙 위반이 있는 경우'로 보다 까다롭게 수정했다. 특히 대형참사에 포함했던 사이버범죄는 검사의 직접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결과적으로 시행령 최종안은 지난달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안보다 검찰의 권한이 상당 수준 축소됐다. 여당의 제동이 통하면서 검찰 쪽 의견을 취합해 해당 안 협의를 주도했던 추 장관으로서는 머쓱해진 모양새다. 실제로 여권 내부에선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입지 확보를 위해 검찰 쪽 의견을 예상보다 많이 수용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입법예고안이 수정된 것이니, 추 장관으로서는 그래도 (검찰 쪽에) 할 말은 있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법무부 외부 변수에 의한 수정인 만큼, 추 장관의 리더십에 금이 가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경찰청은 "(이번) 결정을 존중하며 대통령령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힌 반면, 대검찰청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경찰의 수사를 통제하는 방안을 놓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법무부는 "66년 만에 검·경 간의 대립·갈등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검사는 법률전문가로, 경찰관은 현장 수사활동을 통해 각자의 영역에서 형사사법 정의를 구현하는 역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행령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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