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택시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의 카카오T 블루에만 호출을 몰아준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예를 들어, 승객이 앱으로 '카카오T'로 택시를 불렀을 때 승객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택시가 아닌, 더 멀리 있는 카카오T 블루가 콜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 힘을 실어주는 데이터가 확인됐다는 게 경기도의 주장이다.
같은 지역을 두고 같은 서비스에 대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이들이 근거한 데이터를 따져봤다.
◇일반 개인택시 115명 vs 6412명
조사 지역은 경기도에서 카카오T 블루택시가 운행되는 구리·성남·양주·남양주·의정부·하남·용인 등 7개 시로 같다. 경기도는 여기에 비운행 5개 지역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이렇게 경기도가 표본으로 삼은 개인택시 사업자는 총 12개 지역 115명이다. 지역별로 따지면 한 지역당 평균 10명 이하를 대상으로 조사한 셈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개인택시 사업자 6412명의 일평균 수신 콜 수를 집계했다. 이는 경기도 7개 지역 내 개인택시 사업자 전수조사라 해도 무방한 수치다.
◇조사 기간 9월 열흘 vs 2월부터 8월까지 매달
경기도 조사 기간인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중 이달 초부터 13일까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거리 두기 2.5단계로 유지되던 시점이다. 지난 14일부터는 2단계로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외출을 꺼리고 기업의 재택근무 등도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이동 수요가 급감한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가 2월부터 8월까지 매달 데이터를 제공한 것은 코로나 19와 날씨, 재택근무 등 다양한 요인들이 택시 호출 수 증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로 이동량이 사회 전반적으로 이동량이 감소했고, 일상적인 이동이 이뤄지는 경우라 하더라도 택시 이용은 날씨, 계절, 연말연시와 같은 외부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 수요 변화가 있고, 콜 수요가 회복, 유지되는 일정 기간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코로나19 확산 시작 시기인 2월과 8월을 각각 기점으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개인 택시 기사의 경우, 월별 출근일이 일정치 않아 출근한 날짜 일평균으로 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택시 '배차' 콜 수 vs '수신' 콜 수
카카오는 2월 대비 8월의 일 평당 '수신 콜 수'로 따졌다. 그 결과 지역별로 최저 12.9%에서 최고 69.3%로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7개 지역 일평균으로 따지면 42%가 증가한 수치다.
'수신 콜 수'로 집계한 이유는, 경기도가 발표한 '배차 콜 수'로는 몰아주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차 콜 수는 '기사가 선택해 배차받은 데이터'다.
카카오 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T 택시 플랫폼에서 일반 택시 사업자는 수신되는 콜 중 선호하는 콜을 선택적으로 수락해 운행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충분히 많은 콜을 발송하더라도 택시 기사가 선호하는 일부 콜만 골라서 운행한다면, 운행 완료한 콜 수는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 사업자 또는 기사에게는 전체 수신 콜 수가 아닌, 수락해 운행한 콜 수만 제공되고 있다"면서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앱에서 확인 가능한 수락한 콜 수만으로 분석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렇게 '기사가 수락한 콜'만으로 일반 택시의 전체 콜 건수가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콜 몰아주기는 '사실 왜곡'이고, 카카오T 블루가 진출한 지역에서 일반 택시기사들에게 들어가는 콜 숫자가 늘어났으나, 기사들이 수락한 콜 수가 낮았다는 주장이다.
즉, 막상 기사들이 콜을 제대로 받지 않았거나 단거리 운행을 기피하기 위해 콜을 걸렀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이에 대한 언급은 조금도 없었다. 카카오T 블루는 콜을 요청한 승객과 가까운 곳에 있는 택시가 목적지에 상관없이 자동 배차되는 방식이다.
◇'공정경제' 경기도지사 배민 이어 카카오T 겨냥?…"카카오T 블루는 협력 모델, 기사 처우 개선 앞장"
카카오 모빌리티는 "가맹형 택시인 카카오T 블루는 정부도 택시 서비스의 변화를 장려하고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시킨, 택시업계와 플랫폼 기업 간의 협력 모델인 데다, 카카오는 플랫폼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인위적인 배차는 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경기도 주장대로 카카오T 블루에만 인위적인 배차가 이뤄진다면 ETA가 큰(도착 시간이 오래 걸리는) 차량이 승객에게 배정될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승객의 배차 후 취소율을 높여 승객과 기사 모두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또 "자동배차 시스템 등을 통해 기존 택시의 승차 거부, 불친절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사납금 제도가 아닌 안정적인 월 수익이 제공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듦으로써 기사들의 처우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지사는 '공정 경제'를 외치며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 근절을 주장하고 있다.
대권 주자로 거침없는 행보를 펼치는 이 지사가 택시업계의 표심을 잡으려고 협소한 표본과 미흡한 자료를 근거로 카카오T 블루택시를 공격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은 사업자가 개입하기 어려운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을 통해 운영되고,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자연스레 수수료와 광고료 시장이 형성됐다"며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보지 않으면서 정부가 낙인을 찍고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