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방독면이다. 수산사업소 선박의 북측 인원이 방독면을 쓴 채 탈진한 실종자에게 접근해 월북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5시간 뒤인 밤 9시 40분쯤 결국 북한 해군 소속 단속정이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했고, 이어 30분 뒤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북한 군인이 바다 위의 시신에 다가가 기름을 붓고 불태우는 정황이 포착됐다.
방독면과 방호복을 입은 북한 군인이 시신을 불태웠다는 점에서 상부의 지시는 바로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북한 자체 규정의 시행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코로나 19 차단을 위해 8개월 째 국경을 봉쇄 중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월경자들을 사살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특수부대를 국경지대에 배치하기도 했다.
결국 남북접경도 국경으로 인식한 북한이 월북 의사까지 밝힌 우리 국민을 사람이 아니라 코로나19의 유입체로 보고, 피격 살해와 신체 훼손을 저지른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잔혹한 대응에는 지난 7월 발생한 탈북민의 개성시 재입북 사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사건 이후 7월 26일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악성 바이러스가 유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한데 대하여 지적하고, 관련 보고가 있은 직후인 24일 오후 중으로 개성시를 완전 봉쇄하고 구역별, 지역별로 격페시키는 선제적인 대책을 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탈북민 재입북을 막지 못한 '허술한 전선경계 근무'와 이에 대한 당 중앙군사위의 엄중 처벌은 다른 국경 부대의 코로나19 대응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잔혹한 대응 지시를 결정한 북한의 상부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는 알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까지 보고가 된 사안인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우리 군 관계자는 '해군 계통의 상부지시'로 파악한 바 있다. 이런 설명이 맞다면, 경계 실패와 엄중 처벌을 우려한 북한 군단 차원의 강경 대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8년 '박왕자 피격 사건'이후 12년 만에 발생한 북한군의 민간인 피격사건이다. 민간인 살해와 신체훼손이라는 반인륜적 범죄라는 점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상으로 우리 국민들의 반북감정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북한 최고 지도부의 사과가 없는 한 남북관계는 동력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