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내놓았던 일련의 기존 고용유지 대책이 벽에 부딪힌 만큼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불안이 가중되자 정부가 내놓은 고용대책의 핵심 사업은 고용유지지원금이다.
경영사정이 어려운 기업이 해고 대신 휴업, 휴직하면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휴업수당 중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 간접적으로 고용을 지키는 사업이다.
하지만 직원 605명이 당장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이스타항공에서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사측이 자금 여력이 없다며 고용보험료 5억원을 미납한 바람에 지원금 신청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 휴업수당을 우선 지급하도록 융자해주고 사후에 갚을 수 있는 '고용유지자금 융자' 제도도 신설됐지만, 이스타항공의 미래가 불투명한 마당에 대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단 노사 협상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들에게 생계비 융자나 체당금 지원을 최대한 신속히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노동부가 나서서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향후 미래의 일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던 항공사에 대해 상반기에 유동성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고용불안의 큰 불은 잡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소형 항공사나 관련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여전히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동시민단체 권유하다 남현영 정책팀장은 "정부 지원은 대기업 항공사에 집중됐을 뿐, 소형항공사나 업계 내 하청·재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이미 장기간 무급휴직이나 정리해고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아예 사업주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 청소와 수화물 분류 작업을 담당하는 하청업체인 아시아나KO의 경우 사측이 고용유지지원제도를 활용하지도 않고 정리해고부터 단행했다가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기도 했다.
또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동원하며 살 길을 모색하고 있는 대형 항공사와 달리, 소형 여객기로 승객 운송에 집중해온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면 인원감축을 선택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이스타항공처럼 대량 해고 위기를 맞은 기업을 지원·감독할 때에는 고용유지 노력 여부를 최우선 과제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 팀장도 "이스타항공처럼 사업주가 고용보험료 납부를 거부하면 정부가 강제로라도 징수에 나서야 한다"며 "고용보험료를 미납했다는 이유로 고용유지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대량 해고를 방조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주의 선의에만 맡기지 말고, 무급휴직 중인 노동자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직접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원금을 신청해도 사업주가 우선 수당을 지급하고 2~3달 이상 지나야 지급되는데, 일단 최대한 빨리 사전 지급하고 사후에 정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