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화웨이와 거래 중단, 한국 기업 괜찮을까?

미국, 中 제재 15일부터 공식 발효…"글로벌 IT 공룡 화웨이, 위상 추락 불가피"
글로벌 반도체 시장 '대격변'…화웨이 스마트폰 사업 타격 전망
화웨이 자체 OS 개발 등 안간힘…삼성 판매량 3억 대까지 증가 전망

(사진=연합뉴스)
중국 대표 IT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15일부터 시작된다. 앞으로 미국 기술을 적용해 만든 반도체가 화웨이에 공급되려면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제재안의 주요 내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제재로 글로벌 반도체·스마트폰 시장에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IT업계의 '공룡'으로 떠오른 화웨이는 세계 92개 공급업체로부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관련 서비스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은 화웨이와 경쟁 또는 협력하는 국내 기업에게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는 반사이익이 기대되나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등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매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이번 화웨이 제재가 국내 기업엔 단기적으론 '악재' 장기적으론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내수 시장에서 더 큰 잠재력을 키워 자립 경제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中 제재 15일부터 공식 발표…"화웨이, 총알구멍투성이 비행기로 전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이 만든 통신 장비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정보통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계열사 68개를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리스트에 올라온 기업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후 지난달에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자국 기술이 조금이라도 쓰인 반도체를 화웨이에 일절 팔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폼페이오 기자회견장 모니터에 비치는 화웨이 로고 (사진=연합뉴스)
반도체를 미국이 개발했는데 미국 기술이 없는 반도체란 사실상 '전무'하다. 이는 중국의 약점, 즉 반도체 원천 기술이 없는 '화웨이 죽이기 전략'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당장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구글이 만든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화웨이는 이동통신 기지국, 서버, 컴퓨터, TV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추가로 조달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사업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은 왜 화웨이를 막을까?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중간 디지털 세계 패권 다툼'이라고 입을 모은다. 화웨이는 휴대폰 제조사에서 통신 설비, PC,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반도체까지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미중산업경제연구소 조용찬 소장은 "중국이 육지, 바다, 우주의 모든 곳에서 화웨이 장비로 무장시켜 21세기 패권을 장악하겠다며 중국의 꿈, 디지털 위안화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미국이 강하게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수많은 IT 기업이 있는데 미국이 왜 하필 화웨이만 공략하는 이유는 "화웨이가 현재 중국 디지털 사업에서 가장 핵심 기업이고 화웨이가 가진 5G 통신 기술이 미래의 여러 산업의 핵심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IT 공습을 막기 위해 미국은 정면에서 경고하는 동시에, 동맹국에게 강력한 포위망을 구축해서 글로벌 디지털경제권에서 배제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스마트경제, 디지털 산업은 '누가 먼저' 5G라는 고속 통신을 이용해서 AI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같은 혁신 제품을 만들어내고, 또 표준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세계 패권 양상이 달라지는 만큼, 화웨이의 디지털 패권을 막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외톨이 된 화웨이, 어떻게 될까?

이미 지난해 5월 19일(현지시간)부터 구글은 화웨이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중단했다. 이에 인텔과 퀄컴 등 주요 칩 제조업체들도 정부의 추가 통보가 있기 전까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플랜A'라는 '아메리카 탈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선 재고 부품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최근 협력 업체들에 15일까지 최대한 많은 반도체 부품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화웨이 협력 업체들이 미국의 제재 발효 전에 납품하기 위해 밤낮으로 반도체 부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화웨이가 5G 스마트폰 칩, 와이파이 칩, 이미지 구동 칩 등을 적극적으로 비축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화웨이가 그리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스마트폰과 관련된 개발, 생산, 부품을 전부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구글이 지난해 5월 중순부터 거래를 중단하자 자체 OS인 '훙멍(鴻蒙·Harmony)'을 쓰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훙멍은 화웨이가 지난해 8월 처음 선보인 범용 스마트폰용 OS로 올해 12월 공개될 예정이다.

화웨이가 훙멍을 선보이더라도,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글로벌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만큼 화웨이의 훙멍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화웨이 스마트폰은 첫 미국 제재가 이뤄진 지난해 5월 이후 구글로부터 모바일 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하면서 유럽 등에서의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단기간에 고성능 단말 개발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화웨이에 거래하는 국내 기업은 어떻게?

이같은 상황은 화웨이와 경쟁 또는 협력하는 국내 기업에겐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등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단기적으론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는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추격세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의 애국 소비와 5G 스마트폰 라인업을 바탕으로 화웨이의 글로벌 점유율은 17% 수준을 유지할 정도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을 제치며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분석기관들은 "미국발 화웨이 제재가 결과적으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초고속으로 발전시킬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서버용, PC용,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등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삼성, SK하이닉스 매출 중 화웨이 비중이 각각 3%, 11%인 만큼 해당 부분의 손실을 당장 메우기 힘들뿐더러, 반도체 기술이 쓰인 삼성과 LG디스플레이 패널도 당장 팔 수 없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부품 업체들이 화웨이와 거래가 끊기면 당장은 타격을 입겠지만, 비중이 크지 않아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제조사에 영향을 미치고,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제재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그간 화웨이가 주로 자국산이나 일본 제품을 사용한 만큼 한국 부품업체들은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수요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가져가고 중국 내 수요는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이 차지할 것"이라면서 "특히 이번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 2억 6천대에서 내년에는 3억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 로고 (사진=연합뉴스)
◇삼성 '샌드위치' 신세 될 수도…막대한 정부 지원 中 반도체 굴기 따돌리고 대만 TSMC 추격해야

다만, 미중 통상전쟁이 장기화된다면 결과적으로 IT 업계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기술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일부 기술력에서는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까지 나와 결코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응해 천명한, 이른바 '쌍순환' 전략에 따라 중국의 막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면서 중국 내에서만 1800개 이상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이 생성, 성장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위로는 글로벌 1등 기업인 대만 TSMC과 기술력 격차를 좁히면서 밑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미·중 간 산업 패권 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미국 애리조나주에 초미세공정인 5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면서 "TSMC를 추격하면서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따돌려야 하는 더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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