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군 관련 특혜 의혹을 '폭탄'에 빗댔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사태가 다시금 재연될까 걱정이란 얘기였다.
물론 '아직 의혹 수준'이라는 게 여당 내 대체적 기류다. 그러나 의혹을 뒷받침할 증언과 증거가 잇달아 보도되고 불공정 문제가 젊은 층을 자극해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이렇게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거취론까지 분출된다. 불씨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전체로 옮겨붙기 전에 선을 그어야 한단 지적이다. 다음 주 국회 대정부질문이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 지도부 '침묵'에 대다수는 유보적 입장
그나마 김태년 원내대표가 이번 사안을 '무차별적 폭로와 검증되지 않는 의혹'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공평무사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면 될 일(10일 원내대책회의)"이라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당내 구성원 다수는 이처럼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직접 의견을 물어도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쉬이 견해를 밝히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는 동안 추미애 장관을 옹호하는 몇몇의 목소리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주로 지난해 조국 사태 때 '수호대'를 자처했던 인물들이 이번에도 주저 없이 거친 발언을 내놓는다.
그때 선봉에 섰던 걸 발판으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크게 얻었던 김종민 수석최고위원은 의원총회에서도 "병가 신청과 연장은 규정에 따라 정상 처리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 여론 악화하자…중진급에선 '거취론' 제기
우려는 중진 의원 사이에서 교차하고 있다.
논란이 된 2017년 즉 추미애 장관 당대표 시절 주변 인사들이 전방위로 민원 혹은 청탁을 건넸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심지어 관련 문건까지 공개되면서 여론이 크게 악화한 탓이다.
추 장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거나, 더 늦기 전에 문 대통령이 직접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도 대두된다.
익명을 요구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거취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해명이 되지도 않을 것 같고 (추 장관) 성격상 '겸손 모드'로 돌변하지 않을 것 같다. 갑자기 바뀌더라도 보는 사람만 더 열 받을 뿐"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추석을 넘기면 안 된다는 의견도 (주변에) 있다"면서도 "다음 주 대정부질문에서 해명이 안 되고 기름에 불을 지르면 여러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몇몇 의원들이 '수호대'로 나선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야당 병역 문제를 거론(김남국 의원)하거나 카투사 비하 논란(우상호 의원)을 일으키는 등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발언으로 설화만 더한다는 지적이다.
◇ "조국 사태의 교훈" VS "그때완 다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당사자 스스로 해명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시대가 왔다"면서 "기억이 선택적으로 될 수 있으니 객관적 수사 등을 통해 검증이 돼야 한다. 이게 조국 사태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의혹이 자녀 표창장 위조, 논문 품앗이, 특혜 장학금, 웅동학원 위장소송, 사모펀드 등 전방위로 퍼지면서 정권 출범 뒤 최악의 곤욕을 겪었었다.
당시 민주당은 "야당의 정치공세"라며 엄호하다 대통령과 함께 지지율 급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을 통해 몇몇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사석에서는 "반성한다"고 털어놓는 경우가 적잖았다.
물론 '취업 특혜'와 '아픈 아들 병가 처리' 문제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반론도 적잖다.
다만 불공정 이슈가 겹쳤고, 악몽이 재현될 징조가 지지율을 통해 벌써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 7~9일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부정(49.5%) 평가가 긍정(45.7%) 평가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민주당 지지율은 33.7%로 급락해 국민의힘(32.8%) 지지율과 거의 붙었다.
두 지표 모두 남성, 20대, 학생 등 군 복무에 민감한 계층에서 하락세가 뚜렷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