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현직 초등학교 교사 (익명)
어제 저희가 고3 학생과 인터뷰를 나눴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입시 준비하기가 참 어렵다. 사교육 받는 아이들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은 너무 고민이 많다. 이런 호소를 했죠. 마음이 아팠는데요. 그런데 코로나가 만든 학력 격차는 고3만의 일이 아닙니다. 학년을 막론하고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 오늘 그 얘기를 좀 해 보려고 합니다. 이 문제를 가장 크게 주장하고 계시는 분들은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선생님들이세요. 어떤 얘기인지 직접 들어보죠. 현재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 한 분이 연결이 돼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초등학교 교사>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교직 생활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초등학교 교사> 저는 올해로 20년 됐어요.
◇ 김현정> 20년. 올해는 몇 학년 맡으셨습니까?
◆ 초등학교 교사> 1학년 아이들하고 있죠.
◇ 김현정> 1학년. (아이들) 몇 번 못 만나셨죠?
◆ 초등학교 교사> 네. 1학기 때 10번 만났고 2학기에는 한 번도 못 만났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렇게 수업을 쭉 9월까지 진행을 해 보니 정말로 학력 격차가 심각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나요?
◆ 초등학교 교사> 네, 그럼요. 학력 격차는 1학기 때 원격 수업을 한 달 하고 나서 너무 심각하다고 저희(선생님)끼리는 이야기를 했어요.
◇ 김현정> 한 달 하고 나서 봤는데도 너무 심각하다 할 정도?
◆ 초등학교 교사> 네. 왜냐하면 휴업 상태가 4월 20일까지 가버렸잖아요. 일단 학습에 있어서 장기적인 공백 기간이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한 달 후에 아이들이 진짜 본격적으로 등교를 해서 원격수업에서 공부했던 수학익힘이나 실험관찰이나 이런 걸 가지고 왔는데 학급에서 몇 명 빼고는 진도 나간 것들이 텅 비어 있는 거예요.
◇ 김현정> 그 한 달 반이라는 공백기를 집에서 채워준 경우는 따라가는 거고.
◆ 초등학교 교사> 그럼요.
◇ 김현정>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려운 거고. 거기서부터 차이가 나타나더라?
◆ 초등학교 교사> 네. 그렇죠. 1학년 같은 경우는 학교에 와서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이 많아요. 원래 교육과정 자체가 그렇게 구성돼 있거든요. 학교에서 대면해서 한 학기 공부를 하면 많은 아이들이 더듬더듬이라도 한글은 다 익히게 되고, 그러니까 한글 미해득으로 들어왔던 아이들이 정말 몇 명 빼고는 한글 해득이 다 돼 있는 상태로 2학년에 진급을 해요.
◇ 김현정> 그렇죠.
◆ 초등학교 교사> 그런데 지금 저희 반 같은 경우는 한글 해득이 안 된 아이들이 네다섯 명이 있어요. 이 아이들은 처음 만났을 때도 (한글을) 거의 못 읽었고 저희들이 한글 해득을 위한 수업을 계속 만들어서 하고, 등교했을 때도 하고, 이렇게 해도 한 학기가 끝날 때 그 네다섯 명이 하나도 구제가 되지 않았어요.
◇ 김현정> 원격수업이 아니고 정상적으로 수업을 했었다면 그 아이들은 다 한글을 뗐을까요?
◆ 초등학교 교사> 1학기를 충실히 다녔다면 이 네다섯 명 중에 한 명 정도 빼고는 거의 더듬더듬은 읽게 되었겠죠.
◇ 김현정> 이것이 초등학교 1학년만의 문제입니까? 아니면 다른 학년들도 비슷한 상황일까요?
◆ 초등학교 교사> 다른 학년도 비슷하다고 했어요. 1학기 평가를 할 때 이구동성으로 학력 격차 문제를 이야기했고. 실제로 다른 학년 선생님 같은 경우는 학급의 중위권 아이들까지도 학력이 다 밑으로 내려갔다는 거예요.
◇ 김현정> 중위권이 사라졌다. 우리가 왜 소득 격차 이야기할 때도 중상층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얘기하는데. 학력에 있어서도 중산층, 그러니까 중위권이 사라졌다?
◆ 초등학교 교사> 네. 중위, 중상위까지도 갈 수 있었던 아이들이. 원격수업 자체가 아이들을 통해서 배우고, 아니면 교사를 대면을 통해서 피드백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학습이 잘 일어나지 않는 거예요. 실제로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교사, 아이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요. 그랬는데 원격수업 중에 학습 부진한 지도가 거의 되고 있지 않다, 라고 답한 교사들이 한 78.4%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 설문만 봐도 선생님 주변만의 일이 아니라는 말씀이네요.
◆ 초등학교 교사> 네.
◇ 김현정>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말씀해 주셨는데.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뭐라고 그러세요?
◆ 초등학교 교사> 중고등학교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실제로 설문조사나 이런 것들을 보면 원격수업을 했을 때 학원이랑 과외를 통해서 배운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 차이가 너무나 명확했다고 해요. 진짜 극단적으로는 대치동에 숙소를 얻어서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고 해요. 그리고 또 반면에 부모가 경제력이 되지 않아서 사교육은 생각도 못 하고 하루 종일 방치된 아이들도 있죠. 그러다 보니까 학교에서 이 아이들이 관리만 받았어도 어느 정도 따라올 수 있는 아이들까지도 전부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는 경우가 중고등학교 상황이라고 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지방에서 학교도 안 가고 온라인수업인데 잘 됐다, 대치동 가서 숙소 얻어서 온라인수업도 하고 학원도 다니자, 이런 케이스들도 있다?
◆ 초등학교 교사> 네, 그렇다고 합니다.
◇ 김현정> 사실은 선생님, 교육이라는 게 오로지 교과 교육만 있는 게 아니고 더 중요한 부분들, 사회성 교육, 인성 교육도 있지 않습니까?
◆ 초등학교 교사> 그렇죠.
◇ 김현정> 그 부분은 지금 원격, 온라인 수업하면서 어떻게 해결되고 있나요?
◆ 초등학교 교사> 사실 저희들이 평가를 하면서 학력격차, 관계정서 문제, 영양불균형 문제. 아이들한테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세 가지 문제라고 했어요.
◇ 김현정> 집에 있는데 영양 불균형 문제도 심각해요?
◆ 초등학교 교사> 그럼요.
◇ 김현정> 케어 받지 못하니까?
◆ 초등학교 교사> 네, 케어 받지 못하니까. 왜냐하면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부모님이 애를 쓰고 깨워서 먹여야지 많이 먹을 수 있는 상황이고. 부모님들 출근하면서 그렇지 못한 경우는.
◇ 김현정> 그렇죠, 아이들이 라면 끓여 먹고.
◆ 초등학교 교사> 학교에 왔을 때는 급식이나 기본적인 최소한의 영양 균형을 잡아갈 수 있는데, 고학년 선생님들은 전화를 해 보면 “아침 먹었어? 뭐로 먹었어?” 그러면 “라면 먹었어요.” 이런 경우가 되게 많았었어요. 영양 문제는 고학년 선생님들께서 강력하게 말씀하신 부분이에요.
◇ 김현정> 맞벌이 부모의 경우도 애써서 아이들 먹을 수 있게 하고 가시겠지만, 쉽지 않은 날도 있을 수 있고. 아무리 차려놓아도 학교만큼 영양 균형을 잡은 식사를 제공하는 게 쉽지는 않기 때문에 이것도 큰 문제라는 말씀이시고.
◆ 초등학교 교사> 네.
◇ 김현정> 정서적인 문제, 사회성 키우는 문제 이런 건 어때요?
◆ 초등학교 교사> 저학년 같은 경우는 1학기 때 등교를 했는데, 방역 때문에 아이들은 말도 못 하죠. 같이 놀지도 못하죠, 신체 접촉은 아예 못 하죠.
◇ 김현정> 생각도 못 하죠.
◆ 초등학교 교사> 처음에는 아이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친구와 거리두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죠. 아마 집에서 그렇게 교육 받았을 거예요,
◆ 초등학교 교사> 네. 저희도 그렇게 교육할 수밖에 없고.
◇ 김현정> 20년간 아이를 지켜봐온 선생님으로서 정말 안타까우실 것 같아요.
◆ 초등학교 교사> 네, 그렇죠.
◇ 김현정> 우리가 이렇게 한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대안을 생각해야 됩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코로나 이후에도 또 비슷한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 교육, 어떤 대안이 시급하다고 보세요?
◆ 초등학교 교사> 일단 지금 상황에서 학력격차 문제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실시간을 도입으로 해결하더라도. 가장 시급한 것은 관계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될까, 그거는 저도 사실은 답이 없어요. 이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는 게 그게 답이다라는 말밖에 그 부분은 드릴 말씀이 없어요.
◇ 김현정> 참 정말 답이 없네요.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거리를 둬라, 하는데. 어떻게 친구를 사귀라고 하고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 가라고 주문할 것인지 참 답이 없는 상황. 오늘 현장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는 부분을 생생하게 들어봤습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 지도해 주시고요. 저도 그 말밖에는 드릴 수 없는 상황이네요.
◆ 초등학교 교사> 네.
◇ 김현정> 고생하십니다. 고맙습니다.
◆ 초등학교 교사>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선생님의 현장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