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태풍 매미 때 역대급 피해를 본 주민들은 혹여 '수마'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2일 오전 찾아간 강릉 경포 진안상가. 상습 침수지역인 이곳 상인들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걱정이 묻어났다. 상인 김모(여.74)씨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모습이었다.
평소 오전 11시쯤 가게에 나오지만 이날은 8시쯤 나왔다는 김씨는 "비가 쏟아지기 전에 미리 짐을 챙겨야지"라며 "지난번 8호 태풍 때 챙겨놨다 아직 풀지 않은 짐도 있는데 또 태풍이 온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루사와 매미 때 정말 난리도 아니었지"라고 기억을 더듬으며 "1층을 타고 넘어 2층 건물 밑바닥까지 비가 들어찼는데, 집게류는 아예 사용하지 못해 다 버리고 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인 이모(54)씨는 "태풍 경로가 빗나가길 바랄 뿐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며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건물 자체를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하는데, 여전히 상인들 간 의견이 모이지 않아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쪽에서는 양수기 설치작업이 한창이었다. 호수 쪽으로 빗물을 빼낼 수 있도록 조치를 하는 것으로, 태풍 대비에 만전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4월 대형산불로 피해를 입어 산사태 우려가 제기되는 옥계지역에서도 주민들은 그저 이번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옥계면 천남리 김창진 이장은 "이번에 올라오는 태풍도 역대급이라고 하니 물난리를 겪어 본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며 "산불 이후 지금 나무가 없고 물을 많이 머금은 상황에서 또 많은 비가 온다고 하니 무엇보다 산사태가 가장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동해안 각 시·군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비상근무체재에 돌입했다. 강릉시는 지난 1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각종 공사현장을 중심으로 비산물 결박, 비닐하우스, 농배수로 등 안전점검을 벌였다. 특히 김한근 시장은 인명피해 제로화와 재산피해 최소화를 위해 건축 공사현장 등의 시설물 점검을 부서에 강력히 주문했으며, 발생하는 재난사고에 해당부서의 책임을 묻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 속초시 역시 이날 오전 김철수 속초시장 주재로 태풍 대비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하고, 선제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태풍으로 인한 인명·재산피해를 막기 위해 공사현장 등 위험지역을 예찰·점검하고, 옥외시설 등 시설물 관리 및 배수로 정비 조처를 내렸다.
양양국제공항은 김해와 제주 노선의 항공기 6편이 이날 모두 결항했다. 설악산 국립공원도 고지대 탐방로를 통제하고, 설악동 야영장 이용도 중지했다.
기상청은 관계자는 "저지대 침수와 하수 범람 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바람도 강하게 불어 선별진료소와 철탑, 입간판 등 시설물 파손과 강풍에 날리는 파손물에 의한 2차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