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김여정은 사실상 2인자"라면서도 "후계자 통치는 아니다. 책임 돌리기"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북한 내 '최고 존엄'을 향한 남측의 "통치 스트레스", "책임 돌리기" 등의 발언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여정이 위임 통치, 후계 통치는 아냐"
국회 정보위 미래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한) 국정 전반에 있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며 "후계 통치는 아니다. 후계자를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대미 전략 보고를 받고 다시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6월 국내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아 대남 비방 수위를 높이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지시하는 등 대남 강경책을 주도했다.
북한에서는 '위임 통치'란 말을 쓰지 않는다. 해당 문구는 최근 북한의 권력구조를 분석한 국정원의 표현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절대 권력'으로 추앙받던 김 위원장의 권한 일부가 김 부부장을 포함한 일부 측근들에게 이양된 것을 두고 국정원은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은 "위임 통치는 김 부부장 1인에게만 다 된 것은 아니고 (김 부부장이) 대남·대미 정책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해 가장 이양받은 게 많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조금 권한을 위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군사 분야에서는 당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이병철 부위원장 등에게 부분적으로 권한이 이양됐다"고 설명했다.
◇통치 스트레스 줄이고 정책 실패시 책임 분산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권한 일부가 측근들에게 분산된 배경을 통치 스트레스 해소와 책임 분산으로 분석했다.
하 의원은 국정원 보고를 토대로 "첫 번째는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스트레스 경감"이라며 "김 위원장이 9년 동안 통치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두 번째는 정책 실패시 김 위원장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차원에서 위임받은 쪽에 책임을 돌리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집중호우로 인해 강원도와 황해남·북도 등에서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북한이 코로나19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생 인원이 없다고 얘기하지만 국경봉쇄가 장기화되고 있고 외화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금년도 주요 건설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당 핵심기관들이 긴축 운영하는 등의 동향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다가 긴급대응으로 진정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북한이 대북 제재 장기화로 군 훈련량이 예년보다 25~65%로 줄고, 영변5메가와트(MW)급 원자로도 2018년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고 보고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핵전쟁 억지력 강화를 천명하면서도 대미 협상라인을 구성하는 등 대미 문제에서 강온 양면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고 존엄에 대한 '모욕' 北 반발 우려도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2008년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진 뒤에도 연간 100회에 육박하는 현지지도를 직접 다니며 중앙집권적 권력 강화 행보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은 전문 각료를 현지지도 활동에 급파하는 등 당차원의 대응을 주도했다.
최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코로나19 대유행 가능성이 제기됐던 개성시를 찾아 긴급 점검하고,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덕훈 신임 총리가 수해 현장을 찾아 조속한 복구를 지시한 게 단적인 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국정운영의 핵심이자 권력의 상징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기존 김정은·최룡해·박봉주 3인 체제에서 5인 체제로 확대 개편하는 등 일부 권력 분산도 시도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이날 "통치 스트레스 경감", "정책 실패시 책임 돌리기" 분석을 한 것을 놓고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북한 내 최고 존엄의 통치행위를 놓고 외부 세력,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남측이 이런 분석을 내놓은 것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국정원 보고를 받은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전혀 없는 것 같다. 여러 출처상 (건강 이상이) 없는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