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유튜버들이 노숙인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다. 노숙인이 원치 않는데 카메라를 들이대는가 하면, 돈을 줬다가 빼앗아 화를 돋우는 등 노숙인을 조롱하는 경우도 있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구독자 3만 5천여명의 한 유튜버는 지난해 노숙인들의 몸싸움 현장을 중계한 콘텐츠로 288만회라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댄스, 연예, 실험 카메라 등 다양한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던 그는 다시 1년여 만에 노숙인 관련 콘텐츠를 들고 나왔다. 1년 전 난폭한 모습을 보였던 노숙인을 다시 찾아간 것. 그는 'XX역 야인시대'라는 조롱 섞인 제목으로 8회째 노숙인 관련 콘텐츠를 연재 중이다.
의도적으로 싸움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한 유튜버는 역 주변을 찾아가 잠을 청하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막무가내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방송에 얼굴이 나오는 것을 우려한 노숙인들은 유튜버에게 "카메라를 끄라"며 반발한다.
자연스럽게 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발생했다. 유튜버의 잘못으로 일어난 다툼이었지만 그는 "XX역은 (노숙자들 때문에) 너무 위험하다"는 식의 제목을 뽑아 노숙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 얼굴이 나오지 않길 바랐던 노숙인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유튜브에 그대로 노출됐다.
이외에도 노숙인의 돈을 뺏는 실험 카메라나, 노숙인들에게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 인터뷰 등 조롱에 가까운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다. 노숙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겨 조회수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콘텐츠들에는 "노숙자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사회 기피자다", "저러니까 노숙자가 된 거다", "노숙자는 도와줘봤자 술이나 사먹는다" 등 노숙인을 향한 혐오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여성 노숙인의 경우 유튜브 출연으로 신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에 얼굴과 사는 곳이 공개되면 성범죄의 타깃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성 노숙인들은 늘 성폭행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복지부의 2017년 노숙인 실태조사 결과 여성 노숙인에 대한 성추행, 성폭행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 생활 중 성추행, 성폭행 피해 경험 비율은 여성이 7.2%로 남성(0.5%)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구타와 가혹 행위 경험도 여성이 10.7%로 남성 7.3%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성 노숙인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대부분 얼굴과 신상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이는 여성 노숙인에게 밥을 사준다고 접근해 성희롱을 일삼는 콘텐츠도 있다.
빈곤사회연대 정성청 활동가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노숙인들은 지원책에서도 배제돼 있고,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 보니 더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며 "유튜브에 얼굴과 사는 곳이 노출되는 것은 이러한 불안을 더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유튜브 콘텐츠, 노숙인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 일반화"
정 활동가는 노숙인 관련 유튜브 콘텐츠가 '홈리스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유튜버들은 동의를 받았다고 하지만 노숙인들은 그게 어떻게 활용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장 한 끼도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서 답례품을 제공하면 (유튜브 출연) 요청을 거부하기가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튜버들은 대부분 자극적이고 소비될 수 있는 모습을 담고 싶어 한다. 그런 의도를 갖고 촬영했을 때 나오는 콘텐츠는 분명하다. 노숙인에 대한 혐오와 낙인을 강화하는 콘텐츠다. 이는 문제 해결은커녕 '노숙인들은 일 하지 않고 게으르다, 돈 주면 술 사먹는다'와 같은 잘못된 이미지를 일반화하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숙인들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