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대규모 참사를 맞았다.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라며 내각 총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현 내각이 국가를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부패 시스템이 국가보다 크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현 내각은 당분간 업무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새 총리 지명을 위해 의회와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현 내각은 올해 1월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얻어 출범했으나 정치 개혁과 경제 회복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폭발 참사까지 겹치면서 7개월 만에 좌초했다.
베이루트에선 사흘째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다. 이날도 도심의 국회 건물 주변 등에선 수 백명의 시위대가 대정부 규탄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앞서 8일에는 시위대 수 천명과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숨지고 시민과 경찰 등 2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9일부터는 압델-사마드 공보장관, 다미아노스 카타르 환경장관, 마리 클라우드 나즘 법무장관 등 내각 구성원이 잇달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시위대는 기득권을 타파하는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정부를 주도한 헤즈볼라와 동맹 세력은 폭발 참사로 수세에 몰린 것으로 평가된다.
레바논은 명목상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종파 간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맡는 게 원칙으로 알려졌다.
이런 권력안배 원칙이 종파간 갈등과 정치적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