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정무수석에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민정수석에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시민사회수석에 김제남 기후환경비서관을 임명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대통령에게 대표로 사의를 표명했던 노영민 비서실장에 대한 후임인사가 빠지면서 인적쇄신의 의미가 크게 반감되는 모습이다.
당초 노 비서실장을 비롯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부동산 다주택자 논란 등에 대한 책임과 국정 쇄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함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는 노 비서실장이 일단 유임되면서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노 실장은 지난해 말 12·16 부동산대책과 함께 청와대가 비서관급 이상 고위 참모들에게 1주택을 제외한 다주택을 모두 매각하라고 권고하면서 '자승자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본인도 매각과정에서 '똘똘한 한채' 논란을 샀다.
이날 교체된 김조원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수석보좌관 회의에 홀로 불참했다. 또 강기정 정무수석과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은 퇴임사를 했지만, 김 수석은 역시 이자리에 등장하지 않았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넘어 인사에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들 게 하기 충분한 대목이다.
김 수석은 평소 다주택자 처분 권고에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회의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노 실장의 권고방침에 대한 불만 표시와 사퇴 과정에 대한 불협화음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 수석은 '강남 3구'에 2채를 보유한 송파구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비싸게 내놨다가 철회해 논란을 샀다. 아파트를 팔지 않으려고 '매각 시늉'만 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일었다.
후속인사도 늦어진 데다, 과정에서도 불협화음으로 보이는 장면까지 표출되면서, 인사 난맥상을 드러낸 셈이다.
정무수석에 기용된 최 내정자는 4선 여당 의원 출신으로 풍부한 의회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협치 이미지'보다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의 이미지가 더 강해 현 시점에 적절한 인사인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나머지 인사들도 기존 청와대에서 일했거나, 승진된 인물로 메시지를 주기에는 약하다는 평가다. 또 이날 기용된 3명 모두 무주택자거나, 1주택자여서 결국 인사의 기준이 주택수가 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당분간 노 실장을 유임시키면서 후임 찾기에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후임 인사는 대통령 인사권 사안이어서 (노 비설장 후임 인사 시기와 여부에 대해)말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후속인사가 계속 늦어질 경우 '인적 쇄신' 의미는 더욱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