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곳 성한데 없이 잠기고, 씻겨 내리고, 무너지고, 사라지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시작돼 48일째 지속되고 있는 장맛비는 수도권과 중부는 물론 남부지방까지 물 폭탄을 쏟아내 현재 39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6천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해 친인척집이나 마을회관, 인근 체육관 등에서 무너진 집과 논을 바라보고 망연자실해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권이 이번에는 비 피해를 정치쟁점화하려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MB시절 지류·지천 정비를 하지 못하게 막더니 이제야 실감하겠느냐"고 거들고 나섰다.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홍수 피해가 발생한 것을 빌미로 4대강 사업의 치적을 얘기한 것이다.
4대강 예찬론을 끌어들여 수해마저 정부 비방 소재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국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만2천7백여 곳 중 0.1% 정도인 12곳이 산사태 피해를 봤다"면서 이걸 두고 태양광 발전이 난개발이라는 것은 인과관계가 낮다"고 항변했다.
조사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범인부터 지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3년 49일로 역대 가장 길었던 장마기간 기록은 올해 깨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현재 남부지방엔 태풍 '장미'까지 북상, 전국적으로 많은 비를 뿌리고 있어 또다른 피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복구가 시급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예비비를 가급적 빨리 지출하고 필요하다면 추경이라도 편성하는 일들을 서둘러야 한다.
전국 7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포함되지 않은 지역도 피해가 크다면 이를 신속히 지정해, 복구를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상대방을 비판하고 또 이를 방어하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수해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주민들과 아픔을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네 탓' 공방을 멈추고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논쟁과 정쟁을 뒤로 하고 아픈 이웃의 안위부터 살펴야 한다.
그게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치(政治)다.
틈을 타 정치공방이나 하고 있을 한가한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