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방경찰청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집단 난투극을 벌인 23명을 구속하고 4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월 20일 밤 10시 15분쯤 김해시 부원동 한 주차장 내에서 전국구 조직성 단체인 A그룹 37명과 B그룹 26명이 충돌했다.
두 조직은 야구방망이와 철근, 골프채, 쇠파이프, 각목 등을 들고 패싸움을 벌였다.
자칫 큰 충돌로 이어질 뻔했지만, 순찰 중인 한 경찰이 이를 목격하고 혼자 제지하면서 2분여 만에 중단됐다.
대부분 2, 30대인 이들은 경찰에 발각된 뒤 이 광경을 보고 놀란 시민들의 신고로 경찰들이 출동하자 그대로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 국적을 가진 2명이 흉기에 찔리고 머리를 다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이들은 고려인 동포 사이의 상납 문제로 충돌한 것으로 드러났다.
A그룹은 수도권에 본거지를 둔 전국구 조직성 단체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고려인이 운영하는 사설 도박장 등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고 다녔다.
이번 충돌도 A그룹이 일주일 전 고려인이 많이 찾는 김해의 한 당구장을 찾아 수익금의 20%를 보호비 명목으로 요구하면서 벌어졌다.
이 당구장 한쪽에는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는 등 고려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알려졌다.
부산·경남에 본거지를 둔 B그룹은 이를 거부했고, A그룹이 당구장을 습격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하자 조직원들을 모았다.
A그룹도 전국에 있던 고려인들을 호출해 차량 8대에 나눠타고 김해로 내려왔고, B그룹도 사건이 발생한 주차장과 700m 떨어진 곳에서 흉기를 들고 대기했다.
그리고 B그룹은 차량 7대에 타고 진입해 도주로를 차단한 뒤 A그룹과 난투극을 벌였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의 역할과 행동강령 등이 파악되지 않아 일단 폭력 조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부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출신의 고려인 2,3세 동포로, 불법 체류자인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F-4 재외동포 비자 등을 받고 입국한 합법 체류자다.
일부는 자국에서 폭행 전과도 있었고, 2명 정도는 러시아 마피아와도 연계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평일에는 농장과 공장 등에서 일을 하다 주말에 주로 활동했다.
경찰은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조직성 단체를 구성해 집단 난투극을 벌인 사건을 이례적인 일로 보고 경남경찰청과 김해중부서 등을 중심으로 100명의 전담 수사팀을 꾸려 이들을 추적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범죄 형태도 조직화 양상을 띄고 있다"며 외국인 폭력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