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에 전세 시장이 월세로 전환되는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데 여야의 이견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당은 밀어붙이기 입법에 따른 과속 부작용을 우려한다. 전세 대란이다. 여당에서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대책의 일환이라고 강조하며 지금의 전세금 대출도 월세와 다름없다고 판단한다.
◇민주당 윤준병 "전세금 대출도 사실상 월세…월세가 나쁘냐"
"전세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분들의 의식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집을 산 사람이나 전세 세입자 모두 사실상 월세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입 대금이나 전세금을 대부분 은행 대출로 마련하기 때문에 그 금리만큼은 사실상 월세 개념으로 내고 있고, 따라서 월세 전환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취지다.
윤 의원은 "10억 아파트에 5억 대출자도 분명 월세 사는 분이다. 집주인이라고 착각할 뿐"이라며 "시간이 흐르면 개인은 기관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에 결국 전 국민이 기관(은행)에 월세를 지불하는 시대가 온다"고 밝혔다.
그러자 서민들의 월세 부담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미래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서민들의 삶을 단 한 번이라도 고민한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월세로 바뀌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는 분들을 생각해 보라"라고 지적했다.
◇통합당 윤희숙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전세 너무 빠르게 소멸"
애초 윤준병 의원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통합당 윤희숙(초선·서울서초갑) 의원의 '5분 발언'이었다고 한다. 윤희숙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임대차법이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임차인이지만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것"이라며 "1천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을 향해서는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거를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라고 일갈했다.
이 발언은 야권을 중심으로 크게 회자했다. 같은 당 김웅(초선·서울송파갑) 의원은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윤 의원 저서 '정책의 배신'을 권했다. 유튜브나 각종 소셜미디어는 물론,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한때 윤희숙 의원 이름이 차지하기도 했다.
◇박범계 "임차인 맞나"…통합당 재반격
윤희숙 의원 발언에 발끈하고 나선 건 윤준병 의원 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박범계(3선·대전서구을) 의원의 경우 "임대인들이 그리 쉽게 거액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바꿀 수 있냐"고 반박했다. '전세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또 이 과정에서 "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이 아닌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건 그쪽(통합당)에서 귀한 사례니 평가한다"라고 힐난했다가 문제가 되자 이 대목만 삭제하기도 했다.
통합당은 즉각 재반격에 나섰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인 폄하로 들린다며 금도를 넘은 편 가르기에 대해 사과하라(황규환 부대변인)고 요구했다. 장제원 의원(3선·부산사상)도 '메신저를 때려 메시지에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세 제도를 이 땅에서 완전히 없애버릴 부동산 입법을 군사작전하듯 처리했다"라며 "다음 세대들이 시장경제 자유미주주의 축복 아래 살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밀려온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