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 월북, 7번이나 찍혔지만 몰랐다…총체적 경계 부실

해병 2사단장 보직해임·해병사령관 엄중경고
택시에 내린 뒤 북한 도착까지 1시간 32분 소요
택시 불빛 육안으로 확인했으나 '특이점' 인식 못해
합참 '뒷북대책' 수문·배수로 일제점검 등 대책 강구

그래픽뉴스팀
탈북민 김모씨가 강화도 배수로를 통해 한강에 입수한 뒤 북한 지역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군 감시 카메라에 모두 7차례 포착됐지만, 초기상황 식별을 제대로 하지 못해 월북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합동참모본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씨가 강화도 연미정 인근에서 한강으로 입수한 뒤 헤엄을 쳐 북한 땅에 도착하기까지 군 감시카메라에 5번, 열상감시장비(TOD)에 2회 등 모두 7차례 포착됐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김씨가 연미정 인근에 모습을 드러낸 초기 상황에서 위병 초소 감시병 등의 실제적인 대응 조치가 없었고, 이후 군 감시체계의 작동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 김씨가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김씨는 18일 새벽 2시 18분에 택시를 타고 강화도 연미정에 도착했다. 김씨는 이어 연미동 정자로 올라갔다가 34분쯤에 인근 배수로로 이동하는 모습이 감시 카메라에 찍혔다. 김씨가 배수로를 거쳐 한강에 입수한 시점은 2시 46분쯤으로 추정됐다.

당시 배수로에는 이중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긴 했지만, 많이 낡고 훼손되어 있어서 한 사람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는 설명이다.

한강에 입수한 김씨는 조류를 이용해 헤엄을 치기 시작해 무인도인 김포 유도(留島) 인근을 거쳐 개성시 개풍군 탄포 지역 강기슭에는 새벽 4시쯤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은 김씨의 월북 과정은 군의 근거리 및 중거리 감시카메라 5회, 열상감시장비(TOD) 2회 등 총 7차례 포착됐다고 밝혔다.

월북 상황을 복기해보면 김씨가 택시에서 내린 뒤부터 배수로로 이동하는 16분 동안이 가장 중요한 시점임을 알 수 있다. 김씨는 배수로에 도착한 뒤 10분만에 한강에 입수한다.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에 인공기와 최고사령관기가 다시 게양돼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합참은 "택시에서 내리는 모습이 연미정 소초 위병소 CCTV에 찍혔고, 이격되어 있는 민통선 근무자가 택시 불빛을 육안으로 식별했다"며, "그러나 (감시병이) 특이점이나 의아스런 점을 생각하지 않고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이어 "군 감시장비 전문가가 출발지점과 시간을 특정한 뒤 조류예상 이동경로 등을 근거로 녹화영상을 수 차례 반복 확인해 다양한 부유물 속에서 영상을 식별해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배수로로 이동해 한강에 들어가는 초기 상황에서 특이점이나 의아스러운 점을 느끼지 못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가 없었고, 결국 이후 군 감시 장비에 포착되기는 했지만 식별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씨는 월북 전에 현장을 방문해 지형 정찰 등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월북 하루 전인 17일 오후 6시 30분에서 7시 40분 사이에 김씨가 교동도와 강화도 해안도로를 방문한 정황이 검문소 및 방범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이 때 월북을 위한 구체적인 방업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합참은 전 부대 수문과 배수로를 일제 점검해 경계취약요인에 대한 즉각 보강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합참은 탈북민 월북 사건에 대한 검열 결과에 따라 해병대 사령관과 수도군단장을 엄중 경고하고, 해병 2사단장을 보직 해임하는 등 관련자를 징계위에 회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탈북민 김씨가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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