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충(蟲)이 넘쳐나는 사회 ②치킨게임, 결국 혐오만 남았다 ③먹고사니즘과 능력주의 그리고 희생양 ④혐오를 파는 사람들 그리고 #STOP Hate for Profit ⑤1인 1표 말고 1달러 1표 ⑥혐오라는 폭탄 돌리기 ⑦차별금지법과 기본소득 그리고 UD |
◇먹고사니즘과 능력주의 = 이른바 '공정 논란'의 바탕에는 먹고 사는 일이 최대 과제가 되어버린 먹고사니즘과 능력(노력)주의가 있다. 먹고사니즘이 동반하는 경쟁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능력(노력)이 필수다. 능력(노력)과 보상은 정비례해야 한다. 능력이 부족한 타인이 '시험' 이외의 다른 이유로 어쩌면 혹은 언젠가는 '내 것일 수도 있는' 것을 가져가는 건 불공정이다. 능력(노력)과 보상이 비례하지 않을 경우 박탈감, 노력과 무관한 양극화의 간극은 분노와 혐오로 이어지기 일쑤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희생양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각에서는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근본 원인으로 찾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행동을 강조한다. 이른바 "짱돌을 던져라". 행동하지 않고 애꿎은 희생양 찾기에만 몰두하는 이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하지만, 혐오는 일방적이지 않다. 각자에 따라 가해자가 되기도 또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특히 앞서 제시한 먹고사니즘은 사회 구조를 탓하며 짱돌을 던지기보다 자신의 능력(노력) 부족을 탓하게 만든다. 자신보다는 타인을 탓하고 혐오하는 게 더 쉽고 더 큰 위안도 얻을 수 있다. 악순환은 거듭된다.
이 같은 이유에서 최근 우리 사회가 논의하고 있는 전국민고용보험제와 기본소득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신성한 노동을 부정하거나 재원 확보의 어려움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혐오의 시대를 방관해서는 안 될 일 아닌가.
사회비평가 박권일 씨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혐오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저널리즘의 역할' 프로그램에서 "능력이 우월할수록 더 많은 몫을 받고 열등할수록 낮은 몫을 받아야 하는 능력주의는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민족이 열등하기 때문에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는 우생학적 관점과 같은 맥락"이라며 우려하는 한편 "정의로운 사회는 특권을 없애고자 노력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특권에 진입하려고 노력하고 그 길이 공정해야 한다는 능력주의가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양한 능력이 아니라 오로지 시험을 통과하는 능력만을 높이 평가하는 시험 사회의 공정성이 과연 누구를 위한 공정인가"라며 "이에 대한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