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27일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수사지휘권 분산과 검사 인사 시 의견진술절차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제2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현행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최근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등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팀 등이 아닌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개혁위는 "검찰총장이 전국 2200여명의 검사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보유하고 검사의 인사·감찰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왕적 검찰총장 구조"라고 비판했다.
원래 해당 조항은 일선 검사들이 검찰 내외의 부당한 영향으로부터 독립해 소신 있게 수사할 수 있도록 검찰총장이 방어벽 역할을 하라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그것을 넘어 총장이 일선 수사팀에 압력을 주는 매개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각 고등검사장에게 분산하도록 검찰청법 제8조를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고등검사장에 대한 수사지휘는 서면으로 하고 수사검사의 의견도 서면으로 듣도록 했다.
이와 동시에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각 고등검사장에게 서면으로 수사지휘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법무부 장관 역시 사전에 고등검사장의 서면 의견을 받아 수사지휘를 하게 되고,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불기소 지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다.
개혁위는 이러한 방안의 근거로 독일·미국·프랑스·영국·일본 등 외국 입법례를 제시했다. 한국처럼 법무부 장관 외에 별도로 검찰총장 제도를 두고 개별·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일본을 제외하고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검사 인사에 있어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직접 듣도록 했던 법 제34조도 수정하도록 제시했다. 지난 1월 추 장관이 부임한 후 간부 인사를 실시하며 사실상 해당 조항을 지키지 않아 윤 총장 '패싱논란'이 일었던 부분이다.
개혁위는 법무부 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검찰인사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하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총장은 검찰인사위원회에 검사 보직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인사 참여권한이 대폭 축소된 모습이다.
또 이미 검찰청법 제27조에서 검찰총장 임명 자격을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음에도 현직 검사만 임명돼온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개혁위는 "(이번 권고사항들로) 검찰총장이 직접수사를 지휘함으로써 발생하는 선택·표적·과잉·별건수사 등의 폐해를 개선할 수 있다"며 "검찰 내부의 비위를 은폐·축소하는 '제식구 감싸기' 등의 폐단도 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권고가 받아들여진다면 검찰총장은 사실상 '식물총장'에 불과한 수준으로 권한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수사지휘부서가 아니라 정책기능과 형사사법 감독을 하는 기관으로 대폭 전환될 전망이다.
다만 총장에게서 가져온 수사지휘권을 법무부 장관이 가져가는 양상이 되면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나 중립이 가능하냐는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개혁위는 "고등검사장에게 구체적 수사지휘권이 부여되면 고등검사장 상호간이나 법무부장관과의 수직적 관계 등에서 감시와 견제가 더 두터워 질 것"이라며 "검찰 외부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도입돼 권력분립 원칙이 작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은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놀란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간부급 검사는 "개혁위가 예시로 든 나라들은 우리나라만큼 대통령 권한이 세지 않다. 입맛에 맞는 사례만 예시로 든 셈인데, 견제장치들을 다 없애고 더욱더 제왕적 대통령제로 가겠다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견제장치가 될 수 있다는 개혁위 주장에 대해 또 다른 검사는 "공수처장 임명권한이나 조직구성 등이 중립적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권력분립이 아닌 정권에 권력 몰아주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