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20대 남성 탈북민의 월북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경찰과 군 당국의 탈북민 관리와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이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 "코로나19 감염자 월북"…김정은 위원장, 비상사태 선포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했다.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 월남 도주자(탈북민)가 지난 19일 3년만에 귀향하면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는 것.
북한 보도에 따르면 월북자의 분비물과 혈액을 검사한 결과 악성 바이러스 감염으로 의심되는 결과가 나와 격리조치했고, 북한 보건 당국은 지난 5일간 개성시에서 접촉한 모든 대상들과 개성시 경유자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성시에 치명적이며 파괴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4일 개성시를 완전 봉쇄하고 구역·지역별로 폐쇄한 뒤,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이행하며 특급경보를 발령하라고 지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에 대해 "북한의 공개 보도와 관련해 일부 인원을 특정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하여 확인 중이다"며 "군은 감시장비와 녹화영상 등 대비태세 전반에 대해 합참 전비검열실에서 확인 중이다"고 밝혔다.
최근 월북한 탈북민이 있다는 것을 사실상 공식 확인한 셈이다. 해당 탈북민은 지난 2017년 탈북해 한국에서 생활하던 A(24)씨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현재 그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토대로 그가 실제로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지상의 군사분계선(MDL) 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육로를 이용해 월북했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당국은 A씨가 김포와 강화도, 교동도 등지에서 사전답사를 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동선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그의 월북이 사실일 경우, 3년 전 탈북했을 때처럼 한강하구를 헤엄쳐 북한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성에서 중학교까지 나온 A씨는 한강하구를 통해 탈북한 뒤 김포에 거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지난달 중순쯤 김포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낸 탈북민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탈북민이기 때문에 평소 경찰의 관리 대상이었지만 경찰은 사전 답사 등을 비롯해 이상징후는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가 코로나19에 실제로 감염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이 탈북자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신원이 확인되면 확진 여부와 이분의 접촉자 등은 금방 파악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의 주장대로 월북한 탈북민이 있는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이런 사실을 공개한 데다 김정은이 직접 주재한 정치국회의를 개최한 것이 특징이며, 이를 방역체제와 주민 통제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다만 해당 탈북민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의 진실성이 문제다"며 "A씨의 코로나19 확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북한 당국이 그를 확진자로 몰고 가면서 주민 통제의 본보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