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서 20여년간 사업을 해오고 있는 헤브론 엔터프라이즈 최영석 대표의 말이다.
그는 해외에서 옷감을 수입해서 미국 섬유회사들에 공급하는 원단 도매업을 하고 있다.
3년전 까지만해도 중국산 50%, 한국산 50%를 수입해왔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이후 미중간에 갈등으로 중국산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자 한국산 원단을 100% 수입해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 섬유업체 10여 곳에서 수입한 원단만 1500만 달러(180억원) 어치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 7월 현재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에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한다.
6월 미국의 코로나 상황이 잠깐 개선됐을 때도 별다른 회복을 하지 못했다.
3개월 마다 한국에 가서 미국의 패션 흐름에 맞는 물건을 찾고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하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된 때문이다.
"영상으로 물건을 본 뒤 국제 탁송으로 샘플을 받아보고 거액의 거래 계약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거든요. 사람도 직접 만나고 생산 현장도 직접 둘러보고 물건을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현장에서 결정해야 될 일이 있어요."
최 대표가 한국 출장을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코로나 감염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한국에 가면 2주간 격리 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에 출장 기간도 길어지고, 출장 효율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적기에 물건을 공급해야하는 업종의 경우는 타이밍을 놓쳐 계약 자체가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 같은 해외 동포 기업인들의 애로를 해소해주기 위해 우리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2주격리 면제 제도라는 걸 시행중이기는 하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이나 국내 비즈니스 파트너의 초청 사유가 기입된 격리면제신청서(아래 사진)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2주 격리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비즈니스 파트너의 초청도 계약서에 사인하러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초청장을 써달라고 하기가 현실적으로 부담이 따른다는 게 동포 기업인들의 이야기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워싱턴DC,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 웨스트 버니지아주를 관할하는 워싱턴DC총영사관의 경우 이런 사유로 국내 입국시 2주 격리 면제를 받은 기업인은 그 동안 단 1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최근 LA 지역의 동포 기업인들은 2주 격리 면제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회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들이 요구는 출장 희망자들은 ①한국 도착 12일 전에 미국내 공인기관으로부터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고, ②한국행 항공기에 오르기 전까지 재택근무(자가격리)한 뒤 ③한국에 입국해 1~2일 지정 자가격리 시설에서 머물고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면 격리 해제해 출장 업무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특히 최영석 대표는 ②미국내 사전 자가격리에 대해서는 관할 한국총영사관의 감독을 받고, 해당 행정력에 소요되는 비용이 발생한다면 미국내 경제 단체가 분담하는 내용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동포 기업인들은 특히 최근 미국이 코로나19 2차 확산기를 맞고 있어서 자신들의 요구가 고국에서 특혜 논란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경제와 동포기업인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고 있다.
동포기업인들이 한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LA한인무역협회(옥타)에 따르면 LA지역 4개 한인 기업인협회(한인무역협회, 한인상공회의소, 한인의류협회, 한인섬유협회)가 고국에서 수입해가는 물품만 지난해 기준 20억달러(2조 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이들 4개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한인 기업인들과 LA이외의 미국 전역에서 활동중인 한인기업인들이 고국의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LA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한인 라디오 방송인 우리방송 김홍수 대표는 "동포 기업인들에게 고국으로 가는 하늘 길은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동포 기업인들을 도와야 국내 경기에 도움이 되고, 그렇게 해야 교포사회도 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