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23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 최종안 승인 건'을 안건으로 71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한 찬반 투표 결과 대의원 재적인원 1479명 중에서 1311명이 투표해 반대가 805명으로 과반을 넘었고, 찬성이 499명, 무효 7명으로 최종 부결됐다.
민주노총 규약상 대의원대회는 전체 조합원이 모이는 조합원 총회 다음의 위상을 갖는 의결 기구로, 민주노총 가맹조직에서 조합원 500명당 1명꼴로 선출한 대의원이 모두 참여하는 대회다.
이 곳에서 재적인원 중 약 89%가 참여해 반대표가 과반을 넘어 찬성표보다 1.6배 이상 더 많았던 만큼, 노사정이 마련한 합의안이 민주노총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앞서 노사정은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며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시작했다.
노사정은 40여 일에 걸친 논의 끝에 지난 달 말 기업 지원 방안 및 고용 유지 노력,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로드맵 수립 등을 담은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집행부는 중앙집행위원회(중집)을 열고 합의안 내용을 소개하며 내부 추인을 구했지만, 중집위원 대다수가 반대했다.
결국 민주노총 내부 반대에 밀려 지난 1일 노사정 협약이 불발에 그치자, 김명환 위원장은 위원장 직권으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사정 합의 최종안'에 대한 대의원들의 의견을 묻겠다고 나섰다.
집행부를 비롯한 합의안 찬성 측은 합의안 내용 중 일부 부족한 면은 있어도 취약계층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고 상병수당 도입·고용보험 확대를 위한 진전된 내용이 담겼고, 더 나아가 민주노총이 사회적·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 측은 해고 금지·사회안전망 강화 등 노동계의 핵심 요구 사항 없이 기업 측의 고용 관련 조치에 노동자가 적극 협력하도록 해 사실상 고용 안전 장치가 빠졌다고 반박해왔다.
또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해서도 특수고용노동자의 가입 조건을 엄격하게 할 수 있는 문구가 삽입되는 등 기존 논의 수준에서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했다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서는 합의안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김 위원장이 중집의 반대 여론에도 노사정 합의를 강행해 민주노총 내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협약식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반대 측 조합원들이 물리적으로 막아세웠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곧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 합의안 승인 여부를 묻겠다면서 "최종안이 부결된다면 김명환 위원장,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 전원 바로 사퇴하는 것으로 책임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2017년 조합원 직선제를 통해 '신(新) 8자회의론'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던 현 집행부를 당선시킨 민주노총이 정작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에 이어 노사정 합의안도 부결하면서 사실상 김 위원장을 '탄핵'한 데 대한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오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안 부결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사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