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와 C.S 루이스(1898~1963)가 실제 만났다면?'이라는 상상을 무대에 옮겼다.
정신분석학자로 유명한 프로이트는 무신론자였다. "무신론적 세계관이 과학적 세계관"이라는 신념을 가졌다. 반면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인 루이스는 기독교 변증가(기독교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였다. 특정 사건을 계기로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가 된 후 그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비판했다.
극중 배경은 1939년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당시 영국 런던 프로이트의 서재다. 루이스가 프로이트의 초대를 받아 이 곳을 찾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극중 두 학자는 각자 신과 종교에 대한 신념이 뚜렷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쉬지 않고 대사를 주고받았다. 주장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졌다. 마치 탁구경기 랠리에서 공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무대 위의 팽팽한 긴장감은 관객석까지 전해졌다.
대사 하나 하나가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따로 메모하고 싶을 만큼 귀에 쏙쏙 꽂혔다. 대화의 주제는 심오하고 철학적이지만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덕분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다만 두 학자가 쉴새 없이 논쟁을 이어가기 때문에 관람 중에는 이들이 내뱉는 말들의 의미를 곱씹고 음미할 여유가 없었다.
철학자들의 논쟁이지만 무겁지만은 않다. 지적 유희를 느낄 수 있는 대화 중간중간 촌철살인 유머가 녹아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처럼 두 학자가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고, 감정 조절을 못해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인간적이었다.
신구는 올해 85세이고, 이상윤은 이번 작품이 첫 연극 도전이다. 남경렬(프로이트)과 이석준(루이스)이 번갈아 출연한다.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9월 1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