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 주식시장에 관심 있는 개미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주식 격언입니다. '1월 효과'라고 해서 새해를 맞아 주가가 다른 달보다 더 많이 상승하는 현상도 있고, 이와 비슷한 '산타 랠리'도 있습니다.
이런 말들은 오랜 전통을 가진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에서 쌓이고 쌓인 경험을 기반으로 한 통계에서 왔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12월에 사서 4월에 팔면, 다른 개미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요? 올해는 또 어떨까요?
증권가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을 주목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가 지연될 수 있지만, 금리인상의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습니다.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시장은 안도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이 물가는 높지만, 경기가 튼튼하고 좋다 보니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요. 올해 여러 차례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180도 뒤집힌 것이라 불안이 컸습니다.
연합뉴스
또 1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죠. 반가운 것은 '반도체의 봄'입니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과 SK하이닉스가 1분기 영업이익 1조 9100억 원과 2조 886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AI(인공지능)용 반도체의 핵심인 HBM의 내년 물량이 완판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은 없다'고 천명하면서 4월 말을 금리의 정점이었고, 주식시장은 바닥이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5월은 국내와 해외 주식시장 모두 점진적인 상승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키움증권 제공여기에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이 재미있는 통계를 공개했습니다. 2000년 이후 코스피와 나스닥의 5월 평균 등락률을 계산해보니 각각 0.2%와 0.6% 상승으로 집계됐습니다. 단순 통계상으로 5월에는 주식을 팔기보다 오히려 사는 것이 유리하겠습니다.
9월에 코스닥과 나스닥이 –0.9%와 –2.3%로 동반 하락했는데요.
"그래도 9월엔 꼭 돌아오라(But remember to come back in September really)"라는 또 다른 주식 격언이 있는데요. 9월 저점에서 추가 매수하면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남아있습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인데요. 물리적 충돌이 격화하면 유가상승이 불가피하고, 그러면 물가는 더 높아지고, 금리의 추가 인상도 가능하겠죠.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현상은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우리의 삶도 팍팍하게 만듭니다.
다만 심각하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우리에게 영향을 주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달려가야 하는데 오히려 최근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달 5일 각각 배럴당 86.91달러와 91.17달러로 고점을 찍고 최근 80달러 안팎까지 떨어졌습니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4월 이후에도 중동에서 산발적인 공격이 발생하고 있지만 국제유가는 일단 잠잠한 상황"이라며 "외교적인 부분이나 원유 생산 등 국제유가를 안정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이 작동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