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런 정부 청사진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디지털뉴딜, 58조 투자해 일자리 90만 창출"
정부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한국판 뉴딜' 보고대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67조7천억 원을 투입해 일자리 88만7천개를,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1천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빅데이터와 AI 등이 중심이 된 디지털 뉴딜은 58조 2천억 원을 투자해 일자리 90만 3천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뉴딜은 공공데이터 공개와 디지털 인프라 구축, 관련 인력 양성 등 주요 골자인데 특히 데이터를 활용한 경제에 공을 들였다. 정부가 선정한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중앙정부 재정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과제는 '빅데이터 댐'이다. 사회 곳곳에 흩어진 공공‧민간 데이터를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가공하고 이렇게 구축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5G 통신망 등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현장 △의료현장 △사회간접자본(SOC) △산업단지 등에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디지털화와 물루체계를 고효율 지능형 시스템으로 전환해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 신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사업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디지털뉴딜 외에 그린 뉴딜,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한국형 뉴딜의 다른 두 개 축으로 제시했다.
빅데이터 등 IT산업을 경제정책 전면에 내세운 디지털뉴딜에 대해 업계와 학계는 정책 방향성에는 동감하면서도 이런 정책들이 목표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가천대 경영학과 전성민 교수는 "공공영역에 의미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들이 굉장히 많은데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들이 잘 정제되어서 민간에 공개된다면 다양한 연구와 사업이 가능하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 방향은 환영할 만 하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정부가 GIS(지리정보시스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데이터를 축적했지만 네이버지도 등 민간이 만드는 콘텐츠가 더 우수하지 않느냐"며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세심한 후속작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 경제 정책의 중심은 제조업 위주였는데 디지털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들도 디지털뉴딜의 정책 목표나 방향성에는 공감했지만, 정책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데이터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관련 규제는 기업들이 데이터로 제대로 된 가치 창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국회 문턱을 넘은 뒤 다음 달 시행을 앞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그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일관되게 데이터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정착 데이터 관련 법령(시행령)이 너무 엄격하거나 모호해서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에 섣불리 나섰다가 형사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제대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는 목소리를 낸지 하루 이틀이 아닌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규제로 기업의 손발을 다 묶어놓고는 데이터를 활용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보여주기식 행사'만 한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데이터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는데 기업들은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용을 확대할 생각이 없는데 어디서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판 뉴딜 보고대회에 원격으로 참여한 네이버 한성숙 대표도 "데이터를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연구와 창업 등을 위해 제공하고 데이터거래소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주시리라 기대한다"며 관련 규제 개혁을 에둘러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