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진정한 박원순 애도는 피해자와의 연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관련 언론 보도에 자성의 목소리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 "언론은 사회적 약자 목소리 대변해야"
"고인 예의 명분 삼아 더 큰 고통 안에 있을 피해자 잊어서는 안돼"
서울시에는 피해자 증언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와 피해자 보호 촉구
"피해자 용기 헛되지 않도록 함께 연대할 것…이게 진정한 애도"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을 마친 후 운구행렬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전국언론노조(이하 언론노조)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관련 언론 보도에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이하 위원회)는 14일 '언론은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 전 시장 사망과 성추행 의혹을 두고 특종 경쟁이 벌어지면서 언론 보도 윤리가 또 한 번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위원회는 "유력 정치인의 사망과 피소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SNS에 떠돌아다니는 글까지 특종 경쟁의 대상이었고, 온라인 커뮤니티나 개인 SNS를 무분별하게 인용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재확산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살보도 권고기준도, 성폭력·성희롱 보도 기준도 경쟁 앞에서 무의미했다. 이 같은 보도의 남발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언론의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야 하는 언론이 피해자의 호소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고인에 대한 예의를 위해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언론의 또 다른 책무 중 하나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그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다. '고인에 대한 예의'를 명분으로 피해자의 호소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약자들을 침묵과 고통 속에 몰아 넣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 추모 분위기 속에서 우리보다 더 큰 고통 속에 있을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언론이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만 한다. 언론은 사회의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고 더 나은 세상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길을 찾고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에는 성추행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문책, 대책수립과 피해자 보호를 촉구했다.

위원회는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했다는 증언에 대한 서울시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문책을 촉구한다"며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2항은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는 재발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신속히 수립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피해자에게는 그 증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뜻과 함께 연대 의지를 표명했다.

위원회는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는 피해자의 글을 깊이 새긴다. 피해자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그가 꿈꾸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연대하겠다. 이것이 인권변호사로 살아왔던 고 박원순 시장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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