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박근혜, 파기환송심서 징역 20년…10년 감형

국고손실·뇌물 늘었지만 대폭 감형
강요죄 대부분 무죄로 바뀌어
재판부 "정치적으론 이미 파산선고"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파기환송심에서 총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2심에서 일부라도 유죄 판결이 나왔던 강요죄 관련 혐의들이 대거 무죄로 바뀌면서 원심과 비교해 징역 형량이 크게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10일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에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원을,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35억원도 부과했다.

앞서 2심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에 징역 25년·벌금 200억원,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이 선고된 것과 비교하면 총 10년이나 감형된 것이다.

두 사건은 1·2심과 대법원까지 별개로 재판이 진행됐지만 지난해 8월(국정농단)과 11월(특활비) 각각 파기환송되면서 서울고법에서 함께 재판한 뒤 선고하게 됐다.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뇌물 분리선고' 원칙에 따라 대통령 재임 중 발생한 뇌물 범죄에 대해서는 형량을 별도로 선고하라는 취지를 적시했고,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반영됐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의 경우 2심에서는 국고손실 혐의 규모가 27억원이라고 봤지만 대법원에서 34억5000만원 상당이라고 상향하면서 형량과 추징액이 모두 늘었다. 당초 무죄 판단이 나왔던 특활비 2억원 '뇌물수수'도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유죄로 인정됐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다만 앞서 대법원이 '문화계 화이트리스트' 사건에서 강요죄와 관련해 구성요건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박 대통령의 강요죄 혐의 상당수가 무죄로 바뀐 점이 감형의 요소가 됐다.

현대차·롯데·포스코·KT·삼성 등 기업에게 케이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지원을 압박하거나 광고 발주·납품계약 체결 등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단이 나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고위 공무원 사직 요구나 각종 심의 개입과 관련해서도 직권남용만 유죄가 인정되고 강요죄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해 국정에 커다란 혼란과 난맥상을 연출했고 국민 전체에 걸쳐 분열과 갈등이 격화되는 등 후유증이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고인(박근혜)은 정치적으로 파산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이고 오늘 선고형이 그대로 집행된다고 볼 경우 집행 종료 예정 시점에서의 피고인의 연령도 고려했다"고 참작 사유를 밝혔다.

한편 2017년 10월 이후 모든 재판을 보이콧해온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선고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1심 판결 이후 항소나 상고도 하지 않아 이날 강요죄와 일부 직권남용 혐의 관련한 무죄도 재판부가 직권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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