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조롱거리가 된 사법기관과 '디지털교도소'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사건을 계기로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심상치 않다.

제도 안에서 더 이상 사법정의를 기대할 수 없다며 일명 '디지털교도소'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범법자에게 마땅한 처벌이 가해지지 않으니 신상공개를 통해서라도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이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국민들이 사법기관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인데 이는 사법기관이 자초한 일이다.


손정우는 아동들을 상대로 감금, 납치를 포함해 인간으로는 할 수 없는 사악한 성착취물 수만 건을 온라인 사이트에 유통시겼고, 전 세계에서 36만 건이 다운로드 됐다.

이 극악한 범인을 붙잡기 위해 32개 나라 수사기관이 2년 이상 공조수사를 벌여야 했다.

그런 그에게 우리나라 검찰이 구형한 형량은 고작 징역 2년이었고, 그나마 법원은 6개월을 깎아 1년6월을 선고했다. 미국 법원이 손씨 사이트에서 2600여 개의 영상을 내려 받은 미국인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법원의 처벌이 얼마나 가벼운지 알 수 있다.

엄벌의지만 있었다면 아동청소년법 적용 등을 통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손씨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법규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성범죄에 대한 대한민국 판검사의 인식과 처벌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더구나 법원이 손씨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청구마저 불허하면서 사법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재판부는 불허 이유에 대해 처벌을 더 무겁게 하기 위해 범죄인을 넘겨주는 것은 조약의 취지에 맞지 않고, 아동음란물 범죄 근절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손씨에 대한 수사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지적처럼 이는 손씨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사법부가 스스로의 치부를 덮기 위한 궁핍한 변명일 뿐이다.

어느 외국 기자는 세계 최대 아동포로노 사이트 운영자 손씨에게 한국법원이 징역 18개월을 선고했는데 이는 배가 고파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에게 한국검찰이 구형한 형량과 같다고 비꼬았다.

부끄럽지만 촌철살인의 이 비유는 외국인 눈에 조롱거리로 비춰진, 우리의 사법기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사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사법부의 판단은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었지만 다른 나라들과 연계된 이번 사건은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우리 사법기관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번 사안은 성범죄에 대한 인지감수성 부족 등 우리나라 판검사들의 자질에 근본 원인이 있지만 피해자의 인권구제보다 가해자와 범인에게 유난히 관대한 우리나라 사법기관의 고질적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많다.

국민이 수긍하지 않는 사법권 행사는 권위를 얻을 수 없고, 권위를 잃은 사법기관은 사회정의의 수호자이자 최후 보루로서의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디지털 교도소'의 등장을 초래한 사법 불신, 법원과 검찰 등 사법기관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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