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없이 혈액 채취" 음주 사고 운전자 법원서 '무죄'

경찰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지금까지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이면 면허정지, 0.1% 이상이면 취소처분이 내려졌지만 개정법은 면허정지 기준을 0.03%, 취소는 0.08%로 각각 강화됐다. 황진환기자
부산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내 기소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법원이 경찰의 위법한 음주측정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5단독 황지현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0시 10분쯤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사상구 모라동까지 만취 상태로 오토바이를 몰다가 길가에 주차된 1t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의식을 잃은 A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신고를 받고 병원으로 출동한 부산 사상경찰서 소속 B 경사는 의식이 없는 A씨 몸에서 술 냄새가 나자 배우자 동의를 받아 음주측정을 위한 채혈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혈액 감정 결과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03%로 드러났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사진=자료사진)
1심 법원은 이와 같은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B 경사가 사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 동의도 없이 채혈한 것은 형사소송법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또 수사기관이 48시간 이내에 사후 영장도 발부받지 못했다며 위법한 혈액 채취로 작성된 혈중알코올감정서,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음주운전 단속 사실 결과조회 등은 모두 위법수집증거로 봤다.

당시 B 경사는 검찰에 사후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돼 영장 신청 기한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은 영장 신청 주체를 경위 이상인 '사법경찰관'으로 한정하고 있어, B 경사는 영장 신청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황 판사는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피의자 동의 없이 혈액을 채취해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했다"면서 "이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증거 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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