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로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전 통상교섭본부장)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거론된다. 후보를 내게 되면 한국은 이번이 3번째 WTO 사무총장 도전이다.
21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후보 등록이 시작돼 현재 4명이 등록했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M) 이사장, 이집트의 외교부 출신 하미드 맘두 변호사,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몰도바 대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헤수스 세아데 차관은 WTO 제1차관을, 이집트 맘두는 WTO 사무국 서비스국장을 각각 지낸 바 있다.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는 현재까지 등록한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이다.
후보 등록 마감은 다음 달 8일까지여서, 막판에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필 호건 무역 담당 집행위원도 입후보를 고려 중이다. 바로 직전 사무총장을 선출할 때인 2012년 말에는 한국의 박태호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해 최종 9명이 몰렸다.
후보자로 지명되면 3개월간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선거 캠페인을 한 뒤 나머지 2개월간 후보자를 1명으로 압축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WTO 일반 이사회 의장이 164개국 회원국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가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최종 단일후보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뽑는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2단계까지 올랐으나 3단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이전에는 1994년 김철수 상공부 장관이 도전했으나 이탈리아의 레나토 루지에로 통상장관에 밀려 사무차장 자리를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번에는 한국이 코로나19의 모범적인 방역국인 데다, 자유무역체제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본 국가라는 점을 내세운다면 승산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차기 총장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거세진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헤쳐나가야 하며, 미·중 갈등 속에 흔들리는 WTO 위상을 다잡고, 개혁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는 만큼 중립적 입장인 한국이 제격이라는 논리도 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국익을 최대화하면서 우리 통상 역량을 확충하는 방안으로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한 뒤 "지금 후보를 내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낸다면 당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 물망에 오른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둘 다 국제 통상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을 갖췄다는 면에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4년 임기의 사무총장 후보자는 국제무역과 경제·정치 관련 광범위한 경험, WTO 업무와 목적에 대한 확고한 신념, 검증된 리더십과 관리·소통능력 등을 갖춰야 한다고 WTO는 명시해놓고 있다.
역대 사무총장은 1대 1993∼95 피터 서덜랜드(아일랜드), 2대 1995∼99 레나토 루지에로(이탈리아), 3대 1999∼2002 마이크 무어(뉴질랜드), 4대 2002∼05 수파차이 파니치팍디(태국), 5∼6대 2005∼13 파스칼 라미(프랑스), 7~8대 2013∼현재 호베르투 아제베두(브라질) 등이다.
WTO는 최종 단계에서 복수 후보자의 역량이 대등하다고 판단되면 회원국의 다양성을 여러 고려 요소 중 하나로 감안하기도 한다. 사무총장을 뽑을 때 대륙별 안배 등이 암묵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 이번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무총장을 배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