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사회와 동행하고 공헌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해왔는데, 최근 대내외적인 위기상황속에서 이같은 '동행 철학'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초 '대국민 사과'에서도 "전례없는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과 함께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절실히 느꼈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지난 17일 삼성전자 뉴스룸에는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스타트업의 꿈을 이룬 50대 평범한 아줌마 이나현 씨의 사연이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 편의점 운영하던 50대 여성…스타트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이씨는 국밥집과 편의점 등을 운영했던 50대의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는 편의점의 포스단말기를 보면서 '재고관리 솔루션'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지난 2016년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약국에 공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생각만큼 수요가 창출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전자 C랩으로부터 사업 노하우를 전수받아 지금은 이씨와 거래하는 약국이 150개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업으로 연계하고 국내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C랩(Creative Lab)'을 운영하고 있다.
C랩은 2012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C랩 인사이트'로 출발했으나, 2018년부터는 외부로 확대개방한 'C랩 아웃사이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 중소 팹리스에게도 도움의 손길…"같이 갑시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서버 없이도 반도체 칩 설계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을 개발해 중소 팹리스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는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반도체 비전 2030(2030년까지 파운드리 1위 달성 목표)'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는 동시에 이재용 부회장의 '동행' 경영철학과도 역시 맞닺아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중소 업체들과의 상생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가 삼성의 '동행 경영 철학'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최근 발간한 '삼성전자 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사에 2조 6천억 원의 자금을 조기 집행했고, 지난달 말 기준 각국에 약 3900만 달러(약 470억 원)를 기부했다.
앞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영덕연구원을 제공한 바 있고, 마스크 제조기업들에 기술 노하우를 전수해 생산량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향후 삼성전자는 마스크 제조기업 지원을 해외국가로까지 확대하고, 코로나19 진단키트 기업 등으로 지원 대상도 넓혀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기업 이미지' 제고 박차…특별한 사정 있는 걸까
일각에서는 이같은 '동행 경영'이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오는 26일 예정된 검찰수사심의위를 염두에 두고 전개되는 '여론전'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 등에서 삼성이 꺼내든 '위기 극복론', '삼성 역할론' 등이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고 보고, 삼성이 '여론전'의 고삐를 여전히 쥐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삼성의 이같은 '사회적 기여'는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 '함께 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을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비전은 삼성전자의 핵심가치인 인재제일, 상생추구, 변화선도를 지향하며, 인재를 양성하고 상생을 통해 혁신을 이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동행 경영'은 이 부회장 사건의 결과와 무관하게 삼성이 향후 견지해나갈 '핵심 가치'라는 설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