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수단체들이 정의연 전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비난하면서 수요집회의 '고정석'을 선점한 가운데서도 변함없이 수요집회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정의연과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는 17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4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정의연 측은 30년 가까이 진행된 수요시위의 의미를 강조하는 동시에 최근 손 소장의 죽음의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을 쏟아내고 있는 정치권과 언론을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손 소장의 죽음에 대해 '의문사 의혹'을 제기한 미래통합당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TF'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이날 길원옥 할머니가 쉼터에 머물며 매달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중 일부가 빼돌려졌다는 조선일보 기사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인용했다.
이어 "원인 규명과 질문을 가장한 각종 예단과 억측, 책임전가성 비난과 혐오표현이 난무하고 있다"며 "16여년간 피해 생존자들과 함께해온 고 손영미 소장님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예의조차 갖추지 않은 채 고인의 생애를 부정하고 폄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언론의 '반인륜적 호기심'으로 손 소장의 유족들과 생존 피해자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신중한 보도와 성찰을 당부했다. 정의연은 지난 15일 손 소장과 정의연에 관련된 7개 매체의 9개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안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이사장은 "(언론이) 고인과 피해생존자 가족, 유족과 피해생존자 가족 간 갈등을 조장하고 고인에 대한 모욕은 물론 살아계신 길원옥 인권운동가의 안녕과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가하고 있다"며 "역사와 맥락은 사라지고 급하게 쥐어짜낸 얄팍한 지식의 편린들이 서로를 얽어매고 새로운 얼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집과 편견, 허위사실, 사실관계 왜곡, 교묘한 짜깁기에 기초한 글들을 중단하고, 30년 세월의 무게만큼은 아닐지라도 아주 작은 신중한 무게추를 펜에 달아달라"며 "정의연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며 조직 쇄신과 운동방향에 대한 본격적 고민과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과 한경희 사무총장 등 정의연 관계자들은 수요집회 취재에 나선 현장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은 모두 거절했다.
이날 연대발언에 나선 서울대학교 동아리 '겨레하나'의 이진희 대표는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가 있을 때 처음 수요집회에 참여했다"며 "당시 영하의 날씨임에도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많은 시민들이 굴욕적 합의를 규탄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때 수요집회가 집 같다고 느꼈고, 같은 장소와 시간에 목소리를 내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 공간이 있어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며 "보수단체가 30년간 눈물과 웃음으로 어렵게 지켜온 공간을 빼앗으려 하는데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묵묵히 수요집회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도 자유연대 등은 수요집회 바로 옆에서 "윤미향 사퇴", "소녀상 철거" 등을 외치며 맞불 집회를 열었지만, 경찰 통제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의연 측은 다음주 수요집회를 기존 장소에서 약간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쪽 도로에서 진행할 계획이다.